오늘날 인터넷에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많은 지식이 폭발적으로 쏟아진다. SNS(사회관계망) 특성상 전파도 순식간이고, 그 내용이 금세 상식처럼 되곤 하지만 지적 오류를 포함한 내용도 꽤 있다. 이것이 상식의 오류이고, 이는 탈모에 관한 내용 또한 다르지 않다.
‘탈모는 정밀검사로 알 수 있다!’
‘머리카락이 하루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다!’
위 두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두 명제는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탈모는 육안으로 금세 구분된다. 병력과 임상 양상으로 쉽게 원인과 상태를 알 수 있다. 또 모발 8만개 이하인 사람이 하루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 확률이 높다.
한국인의 모발은 평균 8만~10만개다. 5만개인 사람도 있고, 12만개인 사람도 있다. 하루 100개의 모발 탈락 시 5만개의 모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탈모이고, 12만개 머리카락을 지닌 사람은 탈모 위험이 거의 없다. 따라서 위의 두 명제는 거짓으로 확인될 경우가 많다.
병원 정밀진단에 앞서 스스로 자가진단도 방법이다. 탈모 자가진단 항목에는 많은 사람의 경험이 축적된 집합적 지혜가 포함돼 있다. 또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오감과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공식적 정밀 의료 행위는 아닐 지라도 탈모 개연성을 살피는 데는 효용성이 높다.
첫 번째, 이마를 포함한 전두부 헤어라인이 M자 형태로 모발 탈락이 일어났는지 확인한다. 이 경우는 안드로겐 탈모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극히 예외적으로 질환 탈모도 고려할 수 있다.
두 번째, 정수리 부근의 모발이 O자 형태로 빠졌는지 확인한다. 정수리의 모발 밀도가 느슨해졌으면 안드로겐 탈모와 심한 다이어트 등 환경형 탈모를 모두 생각할 수 있다. M자 형태와 O자 형태가 병행되면 유전형 안드로겐 탈모 가능성이 아주 높다.
세 번째, 모발의 굵기가 차이가 나는가. 모발의 평균 두께는 80~120μm다. 사람마다 차이가 크고, 하나의 모발에서도 부분마다 다를 수 있다. 이마 쪽이나 정수리 부근 등 탈모가 의심되는 부위 모발을 측면 부위나 뒷부분의 모발과 비교한다. 앞머리나 정수리 부근 모발이 후두부나 측면부 머리카락에 비해 현저히 가늘다면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네 번째, 눈썹과 가슴, 팔다리 등의 체모가 많은가. 두상을 제외한 전신의 체모를 확인한다. 두상을 제외한 신체 다른 부위에 체모가 많으면 탈모가 진행될 확률이 높다. DHT가 두피의 모발을 탈락시키는 반면 눈썹 이하의 신체 부위 체모는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대머리인가. 탈모는 부계와 모계로부터 모두 유전되기 때문에 친가와 외가의 가족 중에 대머리가 있다면, 탈모 유전자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양가 모두에서 탈모인이 있다면 모발 탈락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여섯 번째, 두피에 염증이 있으면 탈모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피지 분비가 많아 청결도가 떨어지면 말라세지아 효모균 등이 증식하기 좋은 여건이 된다. 염증, 비듬, 홍반이 유발되면 모공을 막을 수도 있다. 모낭에 산소 공급과 영양 보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모발은 탈락하기 때문에 두피가 청결하게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일곱 번째, 손가락 사이로 뽑히는 머리카락 개수를 확인한다. 먼저, 엄지와 검지로 모발을 움켜쥔다. 손가락에 가볍게 힘을 가하며 모발 끝으로 빼낸다. 이때 빠지는 모발이 3~5개 이상이면 탈모 위험이 있다.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 사람은 가벼운 힘에는 모발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여덟 번째, 하루에 빠지는 모발의 개수를 확인한다. 하루 빠지는 모발의 수가 100개 이상이면 탈모 개연성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모발은 매일 빠지고, 새로운 모발이 솟아난다. 탈락하는 모발에 비해 생성되는 머리카락이 적으면 탈모가 된다. 약 8만모를 기준으로 하루 50~60개 탈락은 머리숱에 별 변동이 없지만, 하루에 100개를 넘어 200~300개가량 빠지면 탈모가 된다.
아홉 번째, 모발 건강에 적정한 수면은 8시간이다.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신체 기능이 저하된다. 스트레스로 인해 모낭의 영양공급과 혈액순환도 적어질 수 있다. 잠이 부족할수록 탈모 확률이 높아진다. 6시간 수면을 하면 8시간 잠을 잔 사람에 비해 탈모 발생률이 3배 높다. 3~5시간 수면을 취한 사람은 8시간 잔 사람에 비해 탈모 발생률이 무려 6배 증가하므로, 불면증이 있다면 탈모의 개연성이 높아진다.
열 번째, 가르마를 살펴본다. 가르마는 앞머리를 좌우로 나눌 때 갈라지는 지점이다. 가르마 폭이 넓을수록, 두피가 자세히 보일수록 탈모 위험이 높다. 가르마 주변 머리카락이 후두부보다 가는 것도 탈모 증상이다. 이와 함께 모발 볼륨감도 떨어지면 탈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볼 수 있다.
탈모 자가진단으로 모발 탈락 여부와 유전성인가, 환경성인가도 추측할 수 있다. 실제 정확성 또한 높은 편이다. 자가진단으로 탈모가 거의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하루빨리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치료의 시기가 빠를수록 효과도 높일 수 있게 된다.
/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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