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조리 매연' 무섭네… 담배 안 피워도 폐암 발생률 8배 높다

박재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5 19:09

수정 2024.12.05 19:09

비흡연 여성 폐암 주원인 꼽혀
급식종사자 유병률 높게 나타나
마스크 착용하고 자주 환기해야
온종합병원 "폐 정기 검진 필수"
부산 온종합종합병원의 폐CT검사 모습 온종합병원 제공
부산 온종합종합병원의 폐CT검사 모습 온종합병원 제공
얼마 전 집 근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60대 후반 여성 A씨(부산 수영구)는 폐CT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확인했다. 폐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평소 가슴에 불편감은 있었지만, 기저질환이 없었다. 가족 중 폐암을 앓은 사람도 없었다. A씨는 폐암의 원흉으로 알려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평소 주방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호텔에서 일하면서 화장실 세정제를 자주 사용해온 게 폐암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부산 온종합병원 폐암수술센터 최필조 교수(전 동아대병원 흉부외과)에게 우상엽 폐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호전돼 현재 주기적으로 경과를 관찰 중이다. A씨는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에서 폐선암(1기)으로 진단됐다. 요리를 좋아하는 A씨가 주방에서 장기간 조리흄에 노출돼 온 게 원인으로 추정됐다.

조리흄은 일반적으로 섭씨 230도 이상의 고온에서 기름을 가열할 때 나오는 미세한 입자를 말한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암연구소(IARC)는 조리흄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온종합병원 최 교수는 "조리흄은 최근 몇 년 사이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지적하고, "특히 조리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일하는 급식종사자, 조리사의 폐암 유병률이 높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23년 교육부의 학교 급식종사자 대상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에서는 검진 대상자 2만 4065명 중 139명이 폐암 의심 소견을 받았으며, 이 중 31명은 폐암 확진을 받았다. 기존에 진단받은 인원을 포함하면 최근 5년간 급식 종사자 60명이 폐암을 진단받았으며, 확진자 평균 연령은 54.9세, 평균 종사 기간은 14.3년으로 조사됐다.

대한폐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85% 이상이 비흡연자이고, 요리 빈도가 높은 여성의 폐암 발생률이 최대 8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온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가 부산시교육청 의뢰를 받아 학교 급식 종사자(조리원 및 영양사)들을 대상으로 2024년 폐암 조기 발견 및 건강유지 증진을 위한 폐암 검진에서 11월말 현재 피검사자 144명 가운데 양성결절 42명, 경계성 양성결절 2명 등 이상 소견율이 30%나 달했다. 이들은 앞으로 1년 혹은 6개월마다 추적 관찰해야 한다.

온종합병원 호흡기내과 김제훈 교수(전 고신대복음병원 호흡기내과)는 "고온에서 기름을 많이 사용할수록 조리흄 발생 위험이 높고, 환기 시설이 열악한 경우에도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며 "조리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주 환기해야 하며, 정기 검진으로 폐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리흄으로 인한 폐질환을 진단하려면, 우선 흉부 X선 촬영으로 폐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정밀검사를 위해서는 흉부 CT검사를 시행해야 폐암 여부까지 함께 체크할 수 있다.
폐암은 기수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지며, 4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 이하로 보고되고 있다. 조기 폐암으로 볼 수 있는 1기 또는 2기의 5년 상대 생존율은 각각 80%, 60%이다.
이는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폐암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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