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우려했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상계엄부터 해제까지 달러·원 환율이 널뛰며 한때 1440원을 넘어서는 등 '환차익' 물량이 생기며, 외화자금 잔액은 하룻밤 사이 1조 원 넘게 출렁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예·적금 잔액은 984조 8599억 원이다.
비상계엄 여파가 이어진 지난 3~4일 예·적금 잔액은 각 986조 977억 원, 984조 5180억 원으로 하루 사이 1조 5797억 원이 빠지긴 했으나, 5일 들어 대규모 추가 인출은 없었던 셈이다.
비상계엄 선포에 주요 5대 은행장은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유동성 모니터링 및 내부통제 강화를 지시한 바 있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 2시간 30여분 만에 여야가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고, 이후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함에 따라 뱅크런과 같은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영업점도 평소와 같이 정상 영업했다.
외화자금 잔액은 하루 새 1조 원 넘게 오갔다.
지난 3~4일 주요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약 612억 1606만달러, 605억 6102만달러로 하루 새 6억 5504만 달러가 빠졌다. 한화 약 9300억 원 수준이다. 다만 5일 들어 609억 3049만 달러로 잔액이 늘며 2일(611조 7880만 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엔화예금의 경우도 3~4일 기준 각 약 1조 548억 9866만엔, 1조 197억 2838만 엔으로 351억 7028만엔 줄었다. 한화로 약 3300억 원이다. 이후 5일 들어선 1조 627억 7062만 엔으로 반등했다.
하루 새 달러·엔화 예금만 약 1조 2600억 원이 출렁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고점을 달성하며 외화를 처분해 환차익을 내려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적금, 외화자금 이동을 반영한 듯 요구불예금은 일시적으로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을 의미하는데, 환전 금액은 일시적으로 수시 입출금 통장에 보관된다.
주요 5대 은행의 지난 3~4일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600조 2615억 원, 608조 3150억 원으로, 하루 새 무려 8조 535억 원이 늘었다. 5일 기준 잔액은 609조 3049억 원 수준이다.
이는 환차익 금액이 요구불예금에 일시적으로 잡힌 한편 비상계엄으로 요동친 가상시장에서의 '패닉셀'로 은행권 대기자금으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5개 거래소의 일일 거래대금은 약 51조 5810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코스피 거래량인 15조 원 대비 3배가량 많은 수준이었다.
한편 주요 은행의 외화 규모는 금융당국의 규제 수준(97.5%)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국민은행 157.33% △신한은행 155.2% △하나은행 172.92% △우리은행 172.44% △농협은행 145.8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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