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수출 둔화와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한국기업의 실적 하향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다"며 "경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펀더멘털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순환에 따라 다른 지역보다 강달러와 높은 장기 금리, 관세 불확실성 등의 역풍에 더 많이 노출돼 있어 거시경제 환경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며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시장에 대해선 "전반적인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재평가를 위한 명확한 계기가 없는 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계속되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순환 등의 영향 외에도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 충격이 한국의 밸류에이션 디레이팅(평가절하)으로 이어진 바 있다"며 "기업의 실적 하방 리스크와 국내외 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계엄 사태에도) 수출 약세와 소비 회복 지연에 대한 기본 전망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은 '중립'에서 '비중 축소(매도)'로 낮춘 상태다.
모건스탠리는 "하지만 불확실한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탄핵 가능성과 대통령 교체가 경제 전망에 대한 가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내수·투자 활동의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많은 투자자가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한국주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도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계 CLSA는 이번 사태에 대해 "비상계엄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7월 이후 실망스러운(underwhelming) 움직임을 보여온 한국주식에 반갑지 않은 추가적인 정치 리스크를 얹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미 내년 전망에서 한국주식에 대한 익스포저(노출액)를 크게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번보고서에서 "이 조정을 며칠 앞당긴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장 매도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바클레이즈 역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한 반발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도 예산 승인이 지연될 위험이 있고,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내수 회복에 잠재적인 하방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원화는 아시아에서 '트럼프 관세'에 가장 취약한 통화 중 하나"라며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한국으로 향하는 외국인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줘 결과적으로 원화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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