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선 탄핵 반대 집회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7일 오후 국회 앞은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측 10만명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범국민 촛불대행진’ 행사를 계획했지만 시민들은 오전부터 행사장을 찾아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현장을 감시했다.
오전 11시께 국회 정문 앞에서 만난 진모씨(20)는 “모두가 탄핵을 바라는 마음에 이곳(국회 앞)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진씨는 3수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전날 오후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그의 손엔 수험용 행사시작 전까지 영어단어책을 펼쳐봤다.
진씨는 "다른 시민분들이 국회 앞을 지키고 있는데 저 혼자 집에서 공부만 한다면 부끄러울 것 같아 이곳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의 기온은 오전 한때 영하까지 내려갔고 오후에도 여전히 매서운 겨울 날씨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회 앞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일찌감치 발 디딜 틈이 북적였다. 인근 카페와 식당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갑자기 비상계엄 선포한 대통령인 만큼,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들이 국회 앞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장에는 "윤석열을 탄핵하라"와 "윤석열은 내란범이다" 등의 구호가 하루 종일 울려 퍼졌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차모씨(64)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이날까지 24시간 이상 스스로 국회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은 20대 때 봤다. 이 나이를 먹고 또다시 비상계엄령이 선포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민주당 당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왔다는 정모씨(65) 역시 이른 아침 여의도행 지하철을 탔다. 그 역시 전날 집회 참석자다. 정씨는 '오전 3시께 집에 돌아와 조금만 자고 이곳(국회 앞)으로 왔다. 고등학생 때 광주 살았고 전두환의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을 때 광주에 있었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이런 비극을 똑같이 겪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통령은 사회 분열에 앞장서고 있고 계엄령이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경기 시흥 주민인 주부 김모씨(49)는 남편과 함께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 앞으로 걸어가다 기자와 만났다. 김씨는 "우리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고 싶어 국회로 간다. 2024년에 비상계엄령이라니 말도 안 된다. 오늘 가게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탄핵 촉구 외침은 곳곳에서 들렸다. 같은 날 전국 31개 대학교 학생이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원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입, 변호사 2436명 등 법조계에도 탄핵을 촉구했다. 이들은 탄핵 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여당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헌법·행정법 학자들도 시국선언을 통해 “탄핵 소추로 돌발행위 차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반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200여명의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모여 탄핵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서울 전역에 135개 중대, 1만2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여의도에선 국회 인근에선 50대 남성이 자신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정원일 최은솔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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