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서방 언론들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탄핵 표결 불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한국은 정치적 혼란이 연장됐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 탄핵 표결 전부터 관련 소식을 긴급 타전하기 시작한 외신들은 탄핵이 결국 무산되자 7일(현지시간) 비판적 논조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여당이 국가보다 정당의 이익을 택하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탄핵 표결 불발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시민들의 대통령 사임 요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WP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표결에서 단결했다”면서 “(여당은) 윤 대통령의 행동들보다 진보 정권 복귀를 더 우려했다”고 평가했다.
보수적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더 비판적이었다.
WSJ은 시카고 글로벌 어페어즈 카운슬 연구위원인 칼 프리드호프의 말을 인용해 “탄핵을 막은 것은 어쩌면 한국 집권 보수 여당과 윤 대통령에게는 이익이 없는 승리(Pyrrhic victory)가 될 수도 있다”면서 “윤 대통령은 자기 자신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고, 의구심의 눈초리에 휩싸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리드호프는 이어 “국민의힘이 국가 대신 당을 택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미 대표 진보성향 신문인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 탄핵 시도가 실패하면서 짧은 계엄령 발효로 비롯된 한국의 정치적 격변과 불확실성이 길어지게 됐다”고 전망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발 기사로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고 탄핵 표결이 정족수에 못 미쳐 무산되면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를 떠날 때 주변에 모여있던 시위대가 “윤석열을 탄핵하라” “표결에 참여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면서 아시아 4위 경제국인 한국의 정치적 격변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했다.
FT는 정치평론가 서복경씨의 말을 인용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합의로 만족하는 것 같지만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복경씨는 “대중은 윤 대통령과 그 당(국민의힘) 간에 막후에서 벌어진 어떤 종류의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은 자신이 상황을 통제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상황을 장악하는 것을 좌시할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가라앉고 나면 그(윤 대통령)는 상황을 장악하기 위해 뭔가 더 위험한 일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도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윤 대통령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며 수만명이 시위에 나섰지만 여당의 보이콧으로 표결은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윤 대통령의 짧은 담화는 국민들의 분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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