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현지시간) 화재로 무너졌다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장 재개관식 행사를 계기로 세계 무대에 복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는 재선에 성공한 뒤 처음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파리에서 다시 만났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유럽 각국이 통상분쟁,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이 갈등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자신의 국제 무대 복귀를 선언한 셈이다.
트럼프가 참석한다는 점 때문에 50여개국 수뇌부가 재개관식에 참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틀 동안 진행되는 재개관식을 통해 트럼프가 주장하고 있는 고관세,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등의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크롱은 엘리제궁에서 트럼프를 만나 양자 회담을 한 뒤 젤렌스키를 불러 3자 회담을 했다.
마크롱은 소셜미디어에 세 정상이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미국, 우크라이나, 그리고 프랑스는 이 역사적인 날에 함께한다”는 글을 올렸다.
젤렌스키는 3자 회동이 “좋았고 생산적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단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그러면서도 정의롭게 끝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건, 시리아 전쟁이건 미국의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간섭하지 않겠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무장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취임한 뒤 무기 지원을 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무기 지원을 끊고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받아들이라고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크롱은 그러나 이번 비공식 정상 회동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냈다. 7월 조기총선 승부수가 실패해 여당이 과반 밑으로 추락하고, 지난주에는 미셸 바르니에 총리 불신임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내각 붕괴까지 맞은 마크롱은 트럼프가 재선 뒤 외국에서 처음 만난 정상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정치대학 외교학 교수 패트릭 마틴 지니어는 이번 파리 회동은 “각국 정상이 트럼프의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가운데 이뤄진 고위급 외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재선을 경계하던 유럽 정상들은 이제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마크롱은 트럼프 1기 집권 시절 군사 퍼레이드에 열광하는 트럼프를 혁명 기념일(바스티유 데이) 열병식에 초청해 비록 단명에 그치기는 했지만 트럼프와 ‘브로맨스’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짧은 브로맨스는 미국이 프랑스 코냑 등 명품에 고관세를 물리면서 끝장이 났다.
이날 약 3000명의 하객이 참석한 파리 노트르담 대성장 재개관식에는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의 넷째 딸 티파니 시아버지이자 최근 레바논 휴전 협상을 중재한 마사드 불로스도 참석했다.
또 영국 윌리엄 왕세자와 프랑크 발터 스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등 각국 대표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한편 각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트럼프에 줄을 대고 있는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몸살을 앓는 한국은 탄핵 불발로 불확실성이 연장되면서 거센 통상 압력에 고스란히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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