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다음 기준금리 인하를 향한 한국은행의 경로가 보다 불투명해졌다.
계엄 후폭풍에 따른 국정 혼란으로 국내 경기를 끌어내리는 하방 압력이 커짐과 동시에 금융 시장이 민감 반응을 보이고 원화 가치가 절하되는 등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당초 1~2월로 예상됐던 한은의 다음 인하 시점 또한 더 종잡기 어렵게 됐다.
일단 한은은 과거 우리나라에 두 차례 있었던 탄핵 정국을 봤을 때 윤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6년 하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만 해도 장장 3개월에 걸친 국정 혼란 와중 환율 상승 등의 단기적인 금융 불안은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과거 탄핵 정국과 지금의 국정 혼란이 서로 다른 대내외 경제 여건 위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2016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해 수출 경기가 나쁘지 않았고 외국인 수급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반면 올해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 가운데 수출마저 둔화세로 꺾인 상태에서 외국인들이 계엄령 사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환율이 1400원 넘게 치솟았다.
일부 전문가들이 한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을 전망하면서 부쩍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계엄령 사태 이후 한은이 마주한 경기 회복 과제의 난이도가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달러 강세 모멘텀이 재차 강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 높은 가운데 국내 경제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경기 하방 압력과 환율 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 경기 하방 압력과 환율 상승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예산 처리가 미뤄져 내수 활력이 추가로 뒷걸음치는 가운데 외국인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 환율이 상승한다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처한다. 성장 부진 상황을 보면 금리를 내려야 맞지만 이 경우 높아진 환율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계엄 여파로 내년 1월 말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게다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내년 1월 20일이란 것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강달러 시기에 원화 절하 폭은 다른 나라보다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론 현재까지 정치 국면을 봤을 때 이번 계엄령 사태로 우리나라 신인도나 통화정책 경로가 변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엄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운 것은 사실이나 사회적 시스템 테두리 안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금융 당국은 시장 안정 능력을 입증했다"며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과 함께 채권 시장 환경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계엄령 해제 이후 "지금은 11월 경제 전망에서 발표했던 금리 경로와 경기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2월 경제 전망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리 경로가 바뀔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원래 내년 1월 금리 인하를 전망했던 전문가들은 기존 기대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정치 혼란 시기에 기준금리 정책 변화는 없을 전망"이라며 "금융 불안에는 유동성 대책이 최우선이고 이를 정부와 한은이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에 추가적인 통화 완화 또는 재정 확대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정치 불확실성이 높았던 때를 보면 환율 상승 영향은 단기에 그쳤고 환율은 국내보다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정치 불안으로 내수 부진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수출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한은의 내년 1월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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