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워싱턴=뉴스1) 이창규 정지윤 기자 류정민 특파원 = 전 세계 언론들이 7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표결이 무산된 소식을 빠르게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돌아와라, 깜짝 보이콧이 한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에서 구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 소식을 보도했다.
WSJ은 한국 국회의원들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해 의회에 모였으나 첫 번째 표결(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을 마친 후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WSJ은 한국은 1980년대 후반 군부 통치에서 벗어났고 국민들은 힘들게 민주주의로 전환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성 장관의 방한 계획 취소를 거론하며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미국 및 다른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글로벌 이슈 협의회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칼 프리드호프 연구원은 WSJ에 "국민의힘이 국가보다 당을 우선시하기로 선택한 것은 최악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탄핵을 저지한 것이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게 있어 일종의 피로스의 승리(손해뿐인 승리)가 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인터넷판 톱뉴스로 '계엄령 실수를 저지른 한국의 대통령이 탄핵을 피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싣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에 특이하고 불행한 계엄령 선포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보이콧으로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계속 재임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 야당 의원들은 탄핵에 실패해도 윤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다시 시도할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실으면서도,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 전에 이뤄진 수개월간의 촛불시위와 같이 지속적이고 대규모인 시위의 촉매제가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투표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극도로 분열된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재현될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의 결정은 전 세계의 국민이 지켜보고 있었다. 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을 실었다.
특히 NYT는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받은 '책임은 나에게 있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적힌 명패를 책상 위에 두고 있지만, 사임이나 임박한 탄핵 표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조명했다.
이제 한국은 지정학적 불안의 시기에 리더십을 둘러싼 장기전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핵무기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은 남한에 대한 위협을 크게 강화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군사 동맹국인 미국의 정권 교체로 인해 양국 간의 협력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CNN도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소개하면서 윤 대통령이 탄핵 표결에서 살아남았지만, 그의 당은 사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국민의힘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탄핵안 가결을 위해 8표가 필요한 야당을 방해했다고 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비상계엄 선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대중을 달래는 데 거의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것은 임기가 5년이 채 되지 않은 윤 대통령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계엄령으로 촉발된 야당 주도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서 살아남았음에도 짧지만 파란만장한 정치 경력 중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AFP통신도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대와 헬리콥터를 투입한 뒤 혼란에 빠져 있던 대한민국은 예상치 못한 극적인 반전을 겪었다"고 표현했다.
블라디미르 티호노프(필명 박노자) 오슬로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는 이번 부결이 "더욱 장기화된 정치적 위기를 의미한다"며 "우리는 정치적으로 죽은 대통령을 보게 될 것이다. 더 이상 통치할 수 없을 것이고, 그가 물러날 때까지 매주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야당의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IG 아시아 Pte'의 쥔롱 예프 시장 전략가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점점 커지는 국민들의 항의와 야당의 압박 강화가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이탈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지속되는 불확실성이 다음 주 주식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표결에선 살아남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이 결국 물러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이 물러날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본 교도통신과 산케이 신문 등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무산 소식을 전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강해 국정 운영의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중 195명만 표결에 참석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무산됐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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