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한체육회장 3선을 노리는 이기흥(69) 회장이 지난달 21일 체육회 사무실에 출근한 이후 공개 행보를 멈추며 고요한 장고에 들어간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은 불출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달 13일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뒤, 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구성원들과 논의 후 결정하겠다"고 언급하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후 지방으로 내려가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후에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를 받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집무실과 진천선수촌을 방문하며 최소한의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대한체육회의 회장선거준비TF팀에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제출함으로써 사실상 3선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후보 등록 후 국제 관계업무만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행했다는 것은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대한체육회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회장이 선거 출마 의사가 없었다면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대타로 내세웠을 것"이라며 그의 강력한 도전 의지를 분석했다.
하지만 이기흥 회장은 현재 여러 가지 법적 문제와 정치적 변수 속에 있다. 직원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혐의와 관련해 서울경찰청과 검찰에서 각각 수사를 받고 있으며, 진천선수촌 입찰 비리 사건에서도 핵심 측근 두 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진천선수촌을 압수수색했고, 다수의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임기 연장 실패 역시 그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예외 규정을 통한 임기 연장을 기대했지만, IOC 후보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체육계 내 입지가 약화됐다.
정치적 변수도 혼재되어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의 도전을 비판하며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을 문제 삼았으나, 유인촌 문체부 장관 등의 일괄 사퇴는 오히려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정국 상황으로 반전을 노릴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체육회 내부 분위기는 차갑다.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은 "8년간 불합리한 지시와 사익 추구로 사실상 심리적 탄핵 상태"라며 그의 재출마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오는 24~25일 후보 등록 이전까지 이 회장의 공식 입장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그가 직면한 법적·정치적 문제들이 향후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