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금융의 산업지배 고민할 때"… '新 금산분리' 뜨거운 감자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8 18:01

수정 2024.12.08 18:01

이복현 금감원장 확대 적용 시사
사모펀드 무차별 M&A 제동걸듯
학계·산업계서 규제 목소리 커져
"제도는 갖추되 관치경제 경계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중심으로 얘기해왔는데, (반대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에 대한 지배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중심으로 얘기해왔는데, (반대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에 대한 지배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뉴스1
"과거에는 당국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면, 이제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최근 금융산업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신(新) 금산분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특정 산업의 경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영이 필요한데, 일부 금융자본은 단기간에 기업을 되팔거나 아니면 분리 매각해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11월 28일 고려아연 인수합병(M&A)을 시도 중인 MBK파트너스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시하며 "특정 산업군은 기간을 20~30년으로 길게 봐야 하는데 5년, 10년 내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화두로 삼아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도 강조했다.

■"금산분리 다른 각도에서 살펴봐야"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상호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는 지난 1995년 은행법에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가 규정되면서 도입됐다.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동일인)의 은행 의결권 지분보유 상한을 4%(의결권 없이는 10%)로 제한하고 있다.

이번 정권 들어 금융당국은 큰 틀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지속해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이 원장의 발언은 금산분리 규제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화두까지 던진 셈이다. 국내에서는 기존의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자본이 금융 시장에 진출하는 게 제한됐는데, 금융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정보통신(IT) 기술로 무장한 산업 자본의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금산분리 규제를 무작정 완화하기에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히려 최근 금산분리 강화에 대한 요구도 본격 나온다.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사모펀드 등 일부 금융사들의 경우 최근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사모펀드라는 금융자본이 국내 산업계를 무차별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국가 주요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투자 심의 必

사모펀드가 금산분리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사모펀드의 경우 별다른 규제 없이 금융회사는 물론 대부분 산업군에 속한 기업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펀드 자금의 출처와 운용 방식, 투자금 회수 기간 등이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사모펀드의 경영권 인수 행위를 제한할 만한 마땅한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같은 문제제기와 관련해 학계·산업계에서도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해외 자본 특히 중국 자본이 펀드로 들어와서 자국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며 "우리도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투자에 대해 일정하게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회가 성숙하면 금융자산이 많이 쌓인다. 우리나라도 국내총생산(GDP)보다 금융자산이 2배가 넘는데 그런 영향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맞다고 본다"며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은 둔화가 되고 있으나 금융산업, 금융권력은 커진 상황이라 이런 화두 자체는 매우 합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규제에 들어가는 것은 관치경제로 여겨질 수 있어 미세한 조정이나 틈새를 아우를 수 있는 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와 관련한 문제제기는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더군다나 현재 우리 기업들의 주가는 대개 저평가돼 있어서 이같은 적대적 M&A가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이것을 정부의 규제로 해결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 교수는 "경영진들도 평소에 주가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주주환원을 늘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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