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BoA "내년 1450원 갈수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 지속으로 당분간 환율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정성에 성장률 하락까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까지 뛸 수 있다고 진단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한 주간 24.5원(주간거래 종가 기준) 뛰었다. 지난주 상승 폭은 올해 1월 15∼19일(25.5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환율은 지난달 29일 1394.7원에서 지난 6일 1419.2원으로 오르며 1400원대가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급등, 4일 0시20분에는 1442.0원까지 뛰기도 했다. 2022년 10월 25일(장중 고가 1444.2원) 이후 약 2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변동 폭(야간거래 포함)은 41.5원에 달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정책과 반도체 경기 우려로 11월부터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었다"며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더해져 원화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탄핵 무산에 따른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최고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자산에 대한 회피심리가 높아질 전망"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2022년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기준금리 인상 당시) 직전 고점 환율인 1430~1440원을 상향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더 강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전문가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에 대한 신뢰도가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환율 레인지를 종전 1390~1425원으로 제시했지만 둘 다 높여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원화 약세를 점치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뿐 아니라 수출 성장세 둔화 등 경제 펀더멘털도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다시 신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담당 공동대표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 "원·달러 환율이 결국 1450원까지 갈 것"이라며 "내년 1·4분기께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형중 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이미 올해 3·4분기부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해 내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수출둔화세는 더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현 상황이 자칫 더 길어질 경우 내년 성장률 하향 및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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