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불성립 여파
세종·인천 등 전국서 올라와
"표결 불발에 철야농성 참여"
맞불 집회에 철도파업 겹쳐
시민 일상생활 불편도 우려
세종·인천 등 전국서 올라와
"표결 불발에 철야농성 참여"
맞불 집회에 철도파업 겹쳐
시민 일상생활 불편도 우려
8일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오전부터 분노한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불성립되며 무산되자 '윤석열 대통령 퇴진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결과에 반발하며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밤을 지새웠다. 세종에서 올라와 국회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는 서모양(18)은 "어제 뉴스를 보면서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표결 당일 인천에서 첫차를 타고 올라온 이모씨(25)는 국회 정문에 머무른 시간이 24시간이 넘었다. 그는 "친구가 금요일(6일)부터 철야농성을 했고, 저도 도와주러 왔다"며 "어제까지 집회를 하고 가려했는데, 탄핵이 불발되면서 그냥 밤을 새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집회 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인증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실제 국회 5문 옆에는 휴지와 이불, 돗자리와 과자 등이 쌓여 있었다. 지난 5일 부산에서 상경해 이틀 연속으로 촛불을 들었다는 장지수씨(24)도 이들 중 한 명이다. 장씨는 "저는 오늘 내려가지만 다른 분들이 더 열심히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놔두고 간다"고 전했다.
생업을 제쳐두고 나온 이들도 다수였다. 국회 앞에서 만난 이미정씨(56)는 "제조업 자영업자인데 주문이 들어오지 않고 수입이 반토막 나면서 투잡을 뛰고 있는 실정"이라며 "업무로 이틀 밤을 지새웠고, 그것 때문에 어제는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신모씨(21)도 탄핵이 될 것으로 보고, 축제의 장을 예상한 사례다. 그는 "결과를 보고 분노해 오늘 바로 나오게 됐다"며 "대학교 4학년을 끝내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하지만, 경제가 좋지 않아 뽑지를 않는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더 길어질 텐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주최 측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 매일 오후 7시 국회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 이상이며, 경찰 측 예상 10만여명이다.
여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약속했으나 참석자들 반응은 싸늘했다. 김모씨(59)는 "계엄령을 겪은 세대로서 당시에 무서운 기억이 난다"며 "국민들끼리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계엄에 기여한 사람들은 깨끗하게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외에도 탄핵을 외치거나 여당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개인 3000여명 등 법조계, 서울대 등 주요 대학 학생·교수, 역사학계, 영화배우 등 문화계, 종교계, 시민사회단체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문자폭탄'도 날아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국회 앞에 있는 국민의힘 당사 건물에 오물 투척 방지망을 설치했다.
노동계는 탄핵이 이뤄질 때까지 총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탄핵 무산 후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규모 집회와 파업이 겹치면서 시민 불편도 우려된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전체 열차의 평균 운행률은 평소의 77.7%에 그쳤다.
열차별 운행률은 수도권 전철 81.3%, KTX 77%, 여객열차 72.6%, 화물열차 35% 등이다. 파업이 더 길어지면 근무자 피로 누적 등으로 운행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사업가인 정모씨(43)는 "파업에 계엄까지,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악의 일들이 모두 겹쳤다"며 "무난히 처리할 계약이 무기한 연기됐으며, KTX 티켓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영업도 못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상황이 정리되고 노조도 파업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정경수 김동규 최은솔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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