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S, 13년 동안 치른 내전 승리
알 아사드家 53년 독재 무너뜨려
숙청 없는 평화적 정권이양 강조
'알카에다 연계 조직' 이력 탓에
백악관 "놀라운 일 면밀히 주시"
알 아사드家 53년 독재 무너뜨려
숙청 없는 평화적 정권이양 강조
'알카에다 연계 조직' 이력 탓에
백악관 "놀라운 일 면밀히 주시"
■반군 "다마스쿠스 해방" 선언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반군 분파 중 하나인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무장 세력은 8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진입했다. 이날 반군 군사작전사령부는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 글을 올려 "우리는 다마스쿠스가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에게서 해방되었다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온 세계에 흩어진 시리아 국민들이여, 자유로운 시리아가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HTS 수장인 아부 무하마드 알 줄라니는 텔레그램 성명에서 "다마스쿠스 시가지의 모든 군사 집단에게 알린다. 공공 기관에 접근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시설들은 '전임 총리'가 공식적으로 정권을 이양하기 전까지 그의 관리 하에 남을 것이며 공중에 총을 쏘아 축포를 울리는 행위도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랜 내전을 겪은 만큼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추정된다. 반군은 이날 성명에서 여당인 아랍사회주의부흥당(바트당)을 언급하며 "50년 동안 바트당 통치와 13년 동안의 범죄, 폭정, 추방, 그리고 온갖 점령군에 맞선 오랜 투쟁 끝에 오늘 우리는 그 암흑기를 끝내고 시리아의 새로운 시대를 선언한다"고 알렸다. 이어 "새로운 시리아는 정의가 승리하고 모든 시리아인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평화적 공존의 장소가 될 것"이라며 반대파 숙청에 나서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알 아사드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다. 영국 인권 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알 아사드가 8일 수도를 떠나 모처로 대피했다고 주장했다. 반군이 전임 총리라고 지칭한 무하마드 가지 알 잘랄리 시리아 총리는 8일 공개된 녹음 연설에서 "나는 지금 집에 있다. 떠나지 않았고 떠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들이 선택하는 어떠한 정권과도 협력할 준비가 됐다"면서 "우리는 국가 시설을 보전하고, 체계적인 정부 기능 이양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53년 알 아사드 독재 무너지나
다마스쿠스가 반군 손에 넘어간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과거 시리아에서는 1970년 쿠데타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30년 동안 집권했으며, 그가 2000년 사망한 이후 아들인 바샤르 알 아사드가 대통령에 올랐다. 2011년 알 아사드 가문의 독재에 반발하며 시작된 민주화 시위는 내전으로 확대되었다.
시리아 민주화 세력은 여러 개의 분파로 재편되었다. 시리아 북동쪽은 과거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슬람국가(IS) 토벌에 참여했던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이 장악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은 시리아와 튀르키예, 이라크 국경지역에서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으며, 튀르키예는 이들을 테러단체로 간주하고 견제중이다. 튀르키예와 접한 북쪽 국경에는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으며 SDF와 대립하는 무장 조직도 있다. 시리아 북서쪽에는 HTS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HTS는 이슬람 극단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이었으나 2016년에 알카에다와 결별을 선언하고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다만 미국은 아직 HTS를 테러 단체로 보고 있다.
중동에서 드물게 이슬람 시아파 계열인 알 아사드 정부는 내전 초기 반군에게 밀렸지만 러시아 및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으로 균형을 유지했다. 정부군과 반군은 지난 2020년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들어갔다. HTS는 러시아와 이란이 다른 곳에서 전쟁에 휘말린 틈을 타 지난달 27일 정부군을 공격했다. 이들은 시리아 제 2의 도시인 알레포를 장악하고 알레포 남부 이들리브와 중부 하마 지역까지 진입한 뒤 파죽지세로 진군했다.
미국 백악관은 8일 성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의 안보 팀이 "시리아에서 일어난 놀라운 일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지 파트너들과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7일 소셜미디어에 "우리 싸움이 아니다"라며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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