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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트럼프 2.0시대' 준비... 미국산 무기 구매 더 늘린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8 18:16

수정 2024.12.08 18:16

'GDP 10%' 방위비 청구 압박
비현실적 요구에 대책마련 나서
AI기술 공급망 TSMC 활용
對美 협상무기로 쓰는 전략도
내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의 극한 대립을 예상하는 대만이 양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對)미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만이 방위비 지출 확대로 트럼프를 달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쟁력을 보이는 대만 기업들을 협상 무기로 쓸 수 있다고 예상한다.

■美 무기 구입으로 성의 보여

8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타이완연구소(GTI) 러셀 샤오 대표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트럼프 2기 정부의 대만 정책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만의 방위 분담 확대 및 양국 무역에서 미국의 적자 감소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인생 내내 동맹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던 트럼프는 대만 역시 미국에 공짜로 기대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인터뷰에서 중국을 상대로 대만을 지킬 것이냐는 질문에 "대만은 우리에게 방어 비용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보험 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9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일단 대만이 자체 방어에 돈을 더 써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만이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은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이 2025년 책정한 국방 예산은 6470억대만달러(약 28조원)로 전년 대비 7.7% 늘어난 사상 최고치였다. 이는 대만 GDP 대비 2.5%에 해당한다. 대만 비영리 연구 단체인 중화미래전략협회에 따르면 대만이 트럼프의 요구대로 GDP의 10%를 방위비로 쓰면 한해 정부 예산의 84%를 국방에 쏟아야 한다.

대만은 비현실적인 트럼프의 요구를 달래기 위해 미국산 무기 구입을 늘릴 계획이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INDSR)의 쑤쯔윈 연구원은 대만이 검토하는 무기 구입 가격이 약 150억달러(약 21조원)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무역전쟁에 반도체 협상 카드 쓸까?

대만은 또 자국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인 TSMC를 활용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지난 10월 한 팟캐스트에 나가 "대만이 우리의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고 말하며 TSMC를 겨냥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AI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TSMC는 내년 양산이 예상되는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최첨단 반도체와 관련해 협상 여지가 있다. 대만의 궈즈후이 경제 장관은 지난달 9일 입법원(의회) 발언에서 대만의 최신 기술 보호 규정을 언급했다. 그는 "TSMC가 현재 해외에서 2nm 반도체를 제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인텔 및 한국 삼성의 2nm 이하 반도체 양산이 늦어질 경우, TSMC와 협상할 수 밖에 없다.


한편 미국 NPR 공영라디오는 지난달 25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만 정부가 과거부터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대만을 옹호할 인맥을 쌓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은 대(對)중국 강경파인 동시에 대만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5월 사실상 주미 대만 대사관 역할을 하는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TECRO)를 '대만 대표부'로 격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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