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트럼프 마음대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8 18:47

수정 2024.12.08 18:47

박종원 국제부
박종원 국제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하고, 한국의 방위비 부담액을 9배 올리겠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기 정부에서 1기 못지않은 파격적인 정책을 예고했다. 각국은 트럼프의 과격 발언이 나올 때마다 깜짝 놀라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의 측근들은 위협 수위가 과하다 싶으면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협상기술'을 발휘했다고 해명했다.

사실 트럼프는 지난 1기 정부에서 공약의 절반 이상을 지키지 않았다. 미국의 비영리 사실 확인 플랫폼인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약의 24%를 지켰으며 54%는 지키지 않았다.
22%는 수정하거나 일부만 이행했다. 트럼프의 공약 이행률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47%)의 절반가량이며 연임 실패를 고려해도 똑같이 4년 임기를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31%)보다 낮다.

미국 온라인 매체 콤팩트의 매튜 슈미츠 편집인 겸 설립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가 재임 당시 극단적인 말을 자주 쏟아냈지만, 실제로 꺼낸 정책은 중도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NYT와 미국 시에나대학이 지난해 10월에 미국 6개 대선 경합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나치게 우파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물론 트럼프가 뜻대로 정부를 운영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 1기 정부 당시 정치신인이었던 트럼프는 군 장성과 고위 공무원을 요직에 임용하면서 수많은 항명에 부딪혔다. NYT는 2018년 9월 보도에서 트럼프 정부 관료들이 대통령의 정책에 의도적으로 저항했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공직자가 자리에서 물러나자 적으로 돌변해 트럼프의 치부를 폭로했다. 지난달 당선 이후 신속하게 각료 인선에 나선 트럼프는 1기를 교훈 삼아 철저하게 충성심 기준으로 사람을 뽑았다.

트럼프는 이제 원하는 대로 정부를 운영할 수 있을까? 현지 매체들은 2기 정부 출범 전부터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 JD 밴스 등 정·재계의 쟁쟁한 측근들을 '실세'로 꼽았다. 이들은 당장 트럼프에게 충성하지만 저마다 파벌과 목적이 다른 야심가다. 기업가 출신 각료 지명자들은 공직에 몸담았다는 공감대조차 없다.
측근 일부는 이미 지난달부터 충돌했다.

1기보다 강력하고, 적이 되면 훨씬 더 위험한 천차만별의 거물들을 끌어모은 트럼프. 그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이들의 충성심을 어떻게 유지할지 궁금해진다.
애초에 충성이라기보다 '이해관계'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수도 있겠다.

p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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