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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 탄핵정국에 “송구스럽다”..외교공백 최소화 각오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9 15:38

수정 2024.12.09 17:28

계엄 반대했던 외교장관 "책임 통감"
한미동맹 관리·트럼프 대응 집중 방침
"국제사회 신뢰 회복, 시간 걸려도 노력"
각국 주한대사들에 잇달아 접견 요청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굳은 표정으로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굳은 표정으로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9일 현재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탄핵정국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의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정상외교가 막힌 상황에서 외교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한 실·국장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외교장관으로서 그리고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본부와 재외공관 직원들뿐 아니라 은퇴한 선배·동료 외교관들과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안보에 새로운 위협이 증대되고 복합위기 상황으로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중차대한 시기에 이런 사태가 발생해 침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조 장관은 3일 밤 계엄 선포, 4일 새벽 계엄 해제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한 바 있다.
계엄 선포 계획은 사전에 알지 못했고, 국무회의에서 외교 차질과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이유로 계엄 선포를 적극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 정상외교가 멈춰 선 상황인 만큼 당국에서 외교공백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 장관은 강조했다.

조 장관은 “외교에 한 치의 공백도 발생치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한미동맹 관리와 특히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 장관은 한미동맹에 끼칠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5일과 8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직접 만났고, 6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 한미 소통 강화에 뜻을 모으긴 했지만, 미 측이 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쾌감과 우려를 표한 만큼 적극적인 외교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동맹과 함께 한미일 안보협력도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 진력한다. 조 장관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고위급 협의를 언급하며 “어려운 국내 상황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3국 간 긴밀한 공조를 계속 이어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여타 분야에서도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분야별 조치가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계엄 사태로 타격을 입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조 장관은 “우리에 대한 우방국의 신뢰와 국제사회의 기대를 회복키 위한 노력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꾸준히 진정성을 가지고 신뢰 회복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다자외교에서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니 주유엔대표부 등 재외공관들이 보다 창의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해 달라”고 지시했다.

조 장관은 “안보·경제·민생 모든 분야에서 국민의 일상을 지키고 정상으로의 복귀가 빠른 시일 내 이뤄지도록 외교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 장관부터 미국에 이어 중국과 일본 등 각국 주한대사들을 잇달아 접견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외교부 각급 당국자들도 주한대사관 관계자들에게 만남을 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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