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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엔 불확실성이 최악"… 연말인사 후속 전략 못짜는 재계 [탄핵정국 후폭풍 경영환경 시계제로]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9 18:30

수정 2024.12.09 18:30

트럼프 리스크에 정치적 불안 가중
예측 불가능한 수준 불확실성 커져
삼성·SK 등 기존 일정 진행하지만
"상황 예의 주시" 비상 태세 강화
"기업들에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다. 지금은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취소하는 것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에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4대 그룹이 '안갯속 미로'를 걷고 있다. 트럼프2.0 시대에 대비해 수개월을 쏟아부은 기업들이 연말 인사를 마치고도 세부 경영전략 수립을 미루고 있다는 점 자체가 큰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운신 폭이 작아진 기업들은 일단 기존 계획을 소화하면서도 변수가 발생할까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기존 일정 소화…전략 수립은 미정"

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탄핵정국에 불확실성이 예측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으며 기존 경영계획에 변동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일단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나 투자설명회, 전시회 준비 등 기존 계획을 차분히 소화하면서도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진 면밀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위별로 대응체제를 가동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통상 12월엔 기업들의 내년도 사업·투자 계획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결정하는 회의가 연달아 열린다. 보통은 내년 사업목표를 부문별로 뚜렷하게 설정하고 세부 영업전략을 세워 1월이 되면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하지만 올해는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라는 강도 높은 불확실성에 탄핵정국이라는 불안요소가 추가돼 기업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연말쯤이면 그래도 전략이 보일 줄 알았는데, 불확실성 요소가 시간이 갈수록 하나씩 줄어드는 게 아니라 얹히고 있다"며 낙담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기업은 기존 일정은 그대로 소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12월 중순에 국내외 임원들이 모여 사업별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목표와 영업전략을 발표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올해 글로벌 전략회의 일정도 현재까지 변동은 없다.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재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방안과 내년 사업목표를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회의에선 부문별 '위기 대응'을 위한 세부계획을 공유한다. 연말 인사를 기반으로 강도 높은 쇄신안을 도출하고, 사업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나 기존처럼 사업전략을 못 박거나 결정을 확실히 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점쳐진다.

■"혼돈 다음 또 혼돈…실기 우려"

올 초부터 강도 높은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 성과를 낸 SK그룹도 당황한 기색이다. 리밸런싱을 통해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계제로' 상황에 세부전략은 진도를 빼기 어려워졌다.

SK그룹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AI와 디지털전환(DT)에 역량을 결집하고, 트럼프 2.0 등 지정학 이슈에 선제 대응할 인물을 중용했다.

가령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에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이끈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SK온은 신창호 SK㈜ PM 부문장을 새로 생긴 운영총괄 임원으로 선임했다.


이들은 에너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배터리 공급망 최적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인사였지만, 국내 정국불안으로 속도전을 벌이기 힘들게 됐다.


LG그룹도 현재까진 사장단 회의 등 기존 일정에 변동은 없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크고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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