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이던 둘째딸 찾아 전국 헤매
당시 CCTV 없고 초동수사 미비
40대 남성 있었다는 목격담 무시
당시 CCTV 없고 초동수사 미비
40대 남성 있었다는 목격담 무시
"준원이를 잃어버리고 마음이 새카맣게 타서 포기하기 직전이에요."
아버지 최용진씨는 둘째딸 최준원씨(현재 나이 29세)를 잃어버린 2000년을 떠올리면 지금도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다. 지방에서 근무하며 주말부부로 생활하던 최씨는 같은 해 4월 4일 오후 준원씨가 없어졌다는 아내의 연락을 받고 곧장 서울로 달려왔다. 유치원에서 돌아와 집 앞 놀이터로 놀러 나갔다던 아이는 온데간데없었다. 최씨는 둘째딸을 찾기 위해 서울 중랑구 망원동 인근 온 동네를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당시 경찰은 준원씨 실종사건을 수사해주지 않았다며 최씨는 분노했다. 경찰이 만 4세 미취학 아동인 준원씨를 '미귀가자'로 분류하고 수사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았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범죄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하면 사람이 실종됐다고 보지 않았다고 최씨는 전했다.
아이를 누가 데려갔다는 목격자 진술이 확보됐는데도 경찰이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최씨는 비판했다. 최씨와 아내는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과 학부모 등을 찾아다니며 아이의 행방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물었다. 놀이터에 있던 한 중학생과 아파트 경비원 등으로부터 '40대 남성이 아이를 데려갔다' '아이가 그네 타는 모습을 누가 지켜보고 있었다' 등 목격담을 들었지만 경찰은 "이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서 수사로 전환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CCTV도 많지 않아 목격자 진술이 거의 유일한 단서였지만, 실종가족들은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고 그는 호소했다.
최씨는 "당시 경찰은 목격자 말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실종 아이와 실종자 가족들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종자 대부분은 돌아오고, 일부는 죽은 채 발견되기도 한다. 반면 실종자의 3~5%가 장기실종자로 남는다. 그는 "경찰은 막연히 기다려 보자고 하면서 희망고문하다가 이제 25년이 됐다"고 했다.
준원씨를 잃어버리고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 지방에 근무하던 최씨는 아이를 목격했다는 제보를 받고 전국으로 돌아다녀야 했다. 결국 회사에서 자리를 잃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최씨는 아이를 찾을 방법이 없어 실종자 가족 모임을 만들고 활동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1만건 넘게 제보를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수사권이 없어 아이를 찾으러 가도 이후 행적 등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그는 "실종아동 사건의 공통점은 경찰이 초동수사 자체를 안해 찾을 수 있는 흔적을 놓친 것"이라며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하겠다는데 아이를 잃어버리는 순간 가족이 무너진다. 가정의 달 5월이나 연말 등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실종자 가족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