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계엄 수사’ 선점 경쟁 벌이는 기관들의 촌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9 18:52

수정 2024.12.09 18:52

검찰, 경찰에 이어 공수처도 가세
합동수사본부 차려 효율성 높여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수사 상황과 관련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수사 상황과 관련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검찰과 경찰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나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내란 혐의 수사를 동시다발로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이런 코미디가 없다. 하나의 먹잇감을 두고 서로 먹겠다고 다투는 동물적 행태를 수사기관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각각의 이름으로 수사본부를 구성, 수사에 뛰어들고 있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 경찰은 특별수사단, 공수처는 비상계엄수사TF다.
여기에 군검찰도 가세했고, 야당은 특검을 추진하고 있어 수사 주체가 당장 4곳이나 되는 중구난방식 수사가 됐다.

행정 정책과 마찬가지로 수사도 컨트롤타워가 있어서 총괄해야 혼선이 빚어지지 않는다. 같은 사건, 같은 인물을 놓고 이처럼 선점 경쟁을 벌일 일이 아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을 시도하고 있고, 경찰은 같은 인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러자 법원은 중복수사를 이유로 각 기관이 청구한 다른 압수수색영장 등을 기각했다.

이처럼 해괴한 일이 자행되고 있는 것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정국 혼란을 틈탄 수사기관의 포퓰리즘 때문이다. 목적은 자신들은 현 정부나 비상계엄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선명성을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은 비상사태에 인력을 동원한 당사자로서 수사를 받아야 할 기관이다.

검찰의 공조 요청을 공수처나 경찰이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서로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와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등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수사가 진척되기도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신병을 자신들이 확보하겠다고 선언하듯이 밝혔다. 이래서야 어떻게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는가. 일관성도 없을 것이고, 수사 효율도 떨어질 게 뻔하다.

각각의 수사기관이 그동안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을 못했는지는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모두 수사기관으로서 중립성을 잃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나, 심지어 하명수사를 거리낌 없이 해온 기관들이 아닌가.

경찰은 이제 와서 마치 나는 그런 적이 전혀 없다는 듯 아직도 현직인 대통령을 체포까지 하겠다면서 날뛰고 있다. 공수처는 능력도 없고 성과도 없이 지난 몇 년간을 허송세월하며 존재감을 상실하지 않았나. 자신들에게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구할 자격이 없는 기관이다.

다른 범죄를 이처럼 경쟁적으로 수사했으면 대한민국은 벌써 범죄 없는 국가가 됐을 것이다. 납작 엎드려 있어서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던 힘이 어디서 솟아나왔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수사기관들이 정치적으로 움직이니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각 기관의 수장들은 한자리에 모여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한다. 경찰이 공동 수사를 거부하는 것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영향이 크다.
검찰의 지휘를 받기 싫은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합수부를 공동 운영하면서 개개의 수사분야를 나눠서 달리하면 될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