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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블랙먼데이' 금융 충격, 실물경제 전이는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9 18:52

수정 2024.12.09 18:52

주가 연중 최저, 환율 1437원 급등
야당도 경제만큼은 도외시 말기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이 금융시장에 몰아치고 있다. 9일 원·달러 환율은 1437원을 넘어서며 1450원 선을 위협했다. 코스피는 2400 선이 붕괴됐고, 계엄·탄핵 4거래일간 시가총액이 140조원 이상 증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제·금융당국이 수백억원의 증시안정기금을 긴급 투입해 시장을 가까스로 방어하고 있다.

그러나 추락한 투자심리와 대외신인도를 붙잡기에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금융과 산업, 중요한 경제정책 추진동력마저 약화하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 후진 정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환율 불안과 불확실성에 우리 경제는 안갯속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실물경제로 전이될 조짐도 벌써 보인다.

국내 증시는 비상계엄 사태 후 4거래일 연속 추락하더니 결국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코스피는 2.78% 하락한 2360.58, 코스닥은 5.19% 급락한 627.0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1년1개월 만에, 코스닥은 4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개인투자자가 1조2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과 개인들이 2조원 이상을 순매도했고, 시총도 140조원 넘게 사라졌다.

금융위기의 뇌관은 환율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8원 오른 1437.0원에 마감했다.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으나, 정점이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탄핵정국이 장기화하고 돌발사태 우려가 계속되는 한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다. 달러당 15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암울한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들이 국채를 더 팔아치우면 채권금리가 올라 원·달러 환율을 자극한다. 41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와 금융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환율폭등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금융당국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며 시장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긴 하다. 증시에 투입한 밸류업펀드 300억원에 이어 다음 주까지 1000억원을 더 집행할 계획이다. 총 50조원의 증시·채권안정펀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 비상조치를 가동 중이다. 당국은 자본시장 밸류업 조치, 소상공인 금융 지원 등 현안을 당초 계획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 조치를 즉각 시행해 우려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이다. 가뜩이나 나쁜 실물경제마저 흔들리면 민생은 직격탄을 맞는다. 성장은 뒷걸음칠 수 있다. 이미 우리 경제는 트럼프 리스크, 과도한 가계빚과 내수 장기침체, 과잉규제와 꽉 막힌 입법에 허덕이고 있지 않은가. 계엄사태 후폭풍이 길어지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피치와 무디스의 경고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렇게 돼선 안 된다.

탄핵 혼란 속에 당국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적절한 정책을 빈틈없이 펼쳐야 한다. 공매도 재개계획 등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시장이 돌아가도록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유동성을 적기에 투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 여야가 다를 바 없다.
국회는 힘을 잃은 정부라고 백안시하지 말고 경제만큼은 책임감을 갖고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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