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9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가 불발된 가운데 한국의 “정치적 이견이 법치주의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당과 총리의 국정 대리 운영 제안이 위헌 논란을 빚는 가운데 이런 논평이 나왔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 시도 불발 뒤 9일 다시 열린 뉴욕 금융 시장의 첫 반응은 한국 자산 팔아 치우기였다.
원달러 환율은 치솟았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종목들은 급격한 매도세에 직면했다.
법치주의 존중돼야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보길 원하고, 지난 며칠간 기쁘게 목도한 것은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이라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어 “법적 절차와 정치적 절차는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말해 미국은 한국의 계엄령사태 이후 정국이 헌법에 따라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4~5일 개최 예정이었다가 무기한 연기된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에 대해 일정 재조정은 현재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 약 2만8000여 병력이 주둔 중인 가운데 이번 비상계엄 발령을 사전에 통보 받지 못한 미국은 자국 군인들과 그 가족들의 목숨이 위협받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러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측 대화 상대가 현재 누구냐는 질문에는 “윤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이라면서 미국 역시 한국의 법률과 헌법에 따라 한국 내 정치적 절차를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한미 정상 간 소통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할 것이 없다며 이는 백악관이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자산 매도
투자자들은 탄핵 불발로 향후 정세 흐름이 안갯속으로 빠져든 데 대한 실망감으로 한국 자산을 매각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 동부시각 기준 오후 3시45분 현재 전장대비 달러당 5.6899원(0.3995%) 뛴 1429.87원으로 올랐다. 다만 이후 환율은 상승폭이 좁혀지다가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후 5시 4분 현재 환율은 0.16원(0.0112%) 내린 달러당 1428.24원을 기록했다.
한국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빼냈다.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는 전장 마감가보다 1.29달러(2.35%) 급락한 53.67달러로 미끄러졌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종목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전력(KEP) 미 증권예탁원 증서(ADR)가 0.34달러(4.42%) 급락한 7.35달러, KB금융은 1.71달러(2.84%) 떨어진 58.48달러로 미끄러졌다.
또 KT는 0.40달러(2.45%) 급락한 15.93달러, 포스코홀딩스는 1.22달러(2.62%) 미끄러진 45.41달러로 떨어졌다.
SK텔레콤도 0.26달러(1.15%) 하락한 22.26달러를 기록했고, 쿠팡은 0.47달러(1.97%) 내린 23.43달러로 미끄러졌다.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0.6% 안팎 하락한 가운데 한국 종목들의 낙폭은 두드러졌다.
올해 전체 흐름은 더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탄핵 불발 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강화된 탓에 MSCI 한국 ETF가 18% 급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뉴욕증시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올해 27% 폭등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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