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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겐의 배신'...GIST 연구팀, 암 악성화 및 전이 촉진 사실 규명

황태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0 09:16

수정 2024.12.10 09:16

생명과학부 남정석 교수 연구팀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생명과학부 남정석 교수(사진 왼쪽)와 국립암센터 박사후연구원 이충재 박사(오른쪽) 연구팀이 암 전이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Dysadherin)'이 콜라겐의 분해 및 재배치를 통해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GIST 제공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생명과학부 남정석 교수(사진 왼쪽)와 국립암센터 박사후연구원 이충재 박사(오른쪽) 연구팀이 암 전이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Dysadherin)'이 콜라겐의 분해 및 재배치를 통해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G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콜라겐이 되레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생명과학부 남정석 교수 연구팀이 암 전이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Dysadherin)'이 콜라겐의 분해 및 재배치를 통해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GIST에 따르면 '디스에드헤린'은 암에서만 발현하는 단백질로, 특히 침윤성과 전이성이 강한 암일수록 발현 정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져 미국 국립 인간유전체연구소(NHGRI)의 질병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서 암 전이 단백질로 분류되고 있다.

암은 재발과 전이로 인해 치료가 어려운 질병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의 대부분은 원발성 암(특정 장기에서 처음으로 발생)이 아니라 전이로 인해 필수 장기의 기능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전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암의 악성화 및 전이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남정석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2년 수행한 선행 연구에서 '디스에드헤린'이 세포신호변환을 통해 암의 악성화 및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억제하는 펩타이드 항암제를 발굴한 바 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대장암 환자의 단일세포 공개데이터 분석 및 임상 조직 분석을 통해 '디스에드헤린'이 종양 미세환경 내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의 대표적 구성 성분인 콜라겐의 리모델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으며, 암의 악성도가 높을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욱 활발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종양 미세환경은 혈관표피세포, 면역세포 및 섬유아세포 등의 주변 세포들과 세포외기질로 구성돼 있으며, 암세포와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며 성장, 악성화, 전이 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콜라겐 리모델링은 콜라겐의 분해와 재배치를 포함한 구조적 변화를 말한다.

연구팀은 구체적인 기전으로 '디스에드헤린'이 '메트릭스 메탈로프로티에이즈-9(Matrix Metalloprotease-9, MMP9)'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콜라겐의 분해 및 암 연관섬유아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 CAF)의 활성화를 통한 콜라겐의 재배치를 촉진해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메트릭스 메탈로프로티에이즈-9(MMP9)'는 기질 금속단백질분해효소의 일종으로, 세포 외부에 존재하는 콜라겐과 같은 다양한 세포외기질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재생과 치유 과정에 기여하지만, 비정상적인 활성은 염증·암 전이 등과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나아가 '인간화 마우스'를 만들어 이를 통해 '디스에드헤린'/'MMP9' 신호전달 매개의 콜라겐 리모델링이 면역 억제 및 혈관 신생을 촉진해 암세포 친화적 종양 미세환경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인간화 마우스'는 인간의 세포 또는 조직을 쥐에 이식해 인간과 동일한 면역 시스템을 갖게 하는 만들어진 모델로, 쥐와 인간의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또 선행 연구에서 발굴한 펩타이드의 '디스에드헤린' 매개 인테그린(integrin, 세포간 결합에 관련된 분자) 신호전달에 대한 억제 효과를 추가 검증해 미국 특허를 등록(등록 번호 US 12,024,546 B2) 했다.

남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 전이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에 의한 종양 미세환경 변화를 통해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촉진하는 신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면서 "이는 향후 종양 악성화 및 전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GIST 생명과학부 남정석 교수가 지도하고 이충재 박사(국립암센터 박사후연구원)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IRC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GIST GRI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1월 30일 게재됐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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