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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CEO 연임, 관건은 ETF?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0 15:07

수정 2024.12.10 15:41

신한자산운용 조재민·KB자산운용 김영성 그대로
지난 8월 한화자산운용, 이달 삼성자산운용 대표 교체
운용사 초점 모두 ETF로, 점유율 경쟁 격화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왼쪽부터). 각사 제공.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왼쪽부터). 각사 제공.
[파이낸셜뉴스]국내 자산운용사 수장들의 거취가 사실상 상장지수펀드(ETF) 성과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ETF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높이면 자리를 수성하는 반면, 외형성장에도 점유율이 꺾이면 인사 칼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어서다.

1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조재민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연임되며 내년 12월말까지 임기 2년을 보장 받았는데, 지난 5일 신한금융그룹 13개 자회사 중 9곳의 대표가 바뀌는 상황에서도 교체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국내 운용사 ETF 부문 중위권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L ETF 합산 순자산총액(9일 기준)은 5조1527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4754억원) 대비 2배 넘게 불어났다.
같은기간 점유율 역시 2.12%에서 3.06%로 0.94%p 올랐다.

국내 월분배 ETF를 정착시킨 공로도 있다. 지난 2022년 6월 'SOL 미국 S&P500'을 시작으로 여타 운용사들도 출시에 동참하며 국내엔 관련 시장이 형성됐다. 신한자산운용도 6개 상품을 확보한 상태다.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이사도 그대로 회사를 이끌 전망이다. 지난 6일 KB금융지주가 3개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바꿨으나, 김 대표는 변동이 없었다. 임기가 2년 중 1년밖에 흐르지 않은데다, 여전히 ETF 점유율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연임에도 무게가 실린다. 수치로 성과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순자산총액 기준 5%를 간신히 넘었던 점유율을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7.45%까지 끌어 올렸다.

반면 고배를 마신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지난 3년간 삼성자산운용을 지휘한 서봉균 대표 자리엔 최근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 출신 김우석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후 하지원 ETF사업부문장이 물어나고, 박명제 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 대표가 새로 선임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여전히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해외투자형 부문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왕좌를 내줬고, 전체 선두 명패도 바뀔 위기에 직면하면서 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화자산운용에서 지난 9월 권희백 전 대표가 김종호 대표(당시 경영총괄)로 교체됐는데, 이 역시 격화된 중위권 경쟁에서 밀린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 점유율만으로 CEO 혹은 담당 임원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체제하에선 임기가 정해진 CEO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운용보수를 대폭 깎거나, 상품 베끼기 등 제살깎기식 무리수를 둘 수 있어서다.이는 경쟁사 간 '보수 낮추기 경쟁' 등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포기한 치킨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EO, 담당 임원들 핵심성과지표(KPI)에 점유율이 포함돼있으면 언제까지고 반복될 문제"라며 "순이익 등 회사가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항목 비중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당장은 운용보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운용사가 기존 상품으로부터 돈을 벌어야 경쟁력 높은 상품개발에 공을 들일 수 있지만, 사실상 '제로 보수'를 유지하면 이같은 선순환이 끊기게 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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