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간 중국 여행객 수 전년 대비 47.35%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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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환율이 요동치며 항공 업계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중국이 위기를 극복할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무비자 입국 시행 이후 중국 여행객이 급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1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는 전년 대비 47% 넘게 증가했다. 올해 10월과 11월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는 각각 △116만6891명 △99만340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79만2097명 △67만4009명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중국은 지난 10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내년 말까지 최대 15일간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여행업계도 이 같은 수요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 11월 중국 패키지 송출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계 시즌이라는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중국 패키지 상품은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는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환율이 급등하며 리스크가 커지는 항공업계에 단비로 여겨진다. 항공사들은 연료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운영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유류할증료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 여행객 수요 위축 가능성도 높아진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19.2원) 대비 17.8원 오른 1437.0원에 마감됐다. 이는 2022년 10월 25일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로, 장중에는 한때 1438.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해외 주요 투자기관들은 환율 상승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RBC캐피탈 등은 탄핵 여파와 수출 약세를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며 내년 환율이 145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은 "최악의 경우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비용 부담이 적으면서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진 중국이 항공사들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여행 수요가 내년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 위안화는 달러나 엔화에 비해 환율 상승의 여파가 비교적 적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중국 여행은 비자 발급 등의 제약으로 인해 가지 못했던 여행객들이 몰리며 내년까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 상승이 중국 여행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달러나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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