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보다 이른 지난 1일에 계엄에 대한 사전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군 주요 지휘관들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이후 말을 맞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곽 사령관은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며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곽 사령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군에게 국회 청사 내부 진입을 직접 지시했으나 당시 곽 사령관은 '사람들이 무수히 다치고 다 죽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사실상 거부했다고 한다.
곽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보다 이른 지난 1일에 계엄에 대한 사전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말했다. 박 의원은 "곽 사령관은 12월 3일 이전인 12월 1일에 계엄에 대한 사전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며 "그렇지만 공범이 될까 봐 차마 얘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관련자들 말이 이미 맞춰져 있어서 (검찰 조사 때) 진술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곽 사령관은 1일 지시받은 내용과 관련해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선관위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면서 "임무를 전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유선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곽 사령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에 출석해 "대통령과 한 차례가 아니라 두 차례 통화한 것 아니냐"는 박 의원의 추궁에 "두 차례 통화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두 번째 통화 내용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가 오후에 들어서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기존에 곽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때 윤 대통령과 한 차례만 통화했으며, 특전사 병력 위치를 물어 국회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국방위 현안질의에서는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주요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들이 다수 나왔다. 곽 사령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150명 넘으면 안된다는 지시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였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전투통제실에서 비화폰을 받으면서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이 100∼150명 넘으면 안 된다는 그런 내용들이 위(국방장관)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계엄군 파견과 관련해 정성우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은 "선관위 서버를 복사하고 통째로 들고 나가라는 지시는 누가 내린 것인가"라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제게 구두로 지시했다"고 답했다. 또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계엄 당시 정치인 등 주요 인사에 대해 여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구금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답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비상계엄 발령 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를 도와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고 여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의 명단을 공유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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