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한국증시 신뢰 되찾으려면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0 18:35

수정 2024.12.10 18:35

이승연 증권부
이승연 증권부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도 부드러운 정치인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겠어요?"

최근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기시감이 들었다. 지난 국정감사를 앞두고 만난 한 정무위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여야가 합의할 수밖에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당시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여당에 맞서 야당은 이를 치열하게 반대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야당 역시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고, 내부적으로 시기를 조율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계산 안에 정작 투자자와 시장에 대한 철학은 없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했다. 현재 국내 증시는 이렇게 함축 가능하다. 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 여야의 '논쟁뿐인 논쟁'이 꼽힌다. 금투세 폐지도 그랬고,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 관련 논의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개미 표심을 노리는 동안 여당은 재계를 등에 업고 상법개정을 반대했다. 여야의 끝없는 정쟁에 투자자들은 눈치만 보며 국내 증시가 불확실성에 갇혔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는 투자를 '정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이미 국내 증시는 크게 저평가돼 추가 하락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었다. 하지만 금투세는 폐지하기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에 담기로 매듭짓나 했더니 갑자기 비상계엄이라는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국민의힘 의원의 대거 표결 불참으로 탄핵이 불발되고 민주당에서는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임시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치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일주일 새 시가총액이 100조원 넘게 증발했다. 코스피 2360 선, 코스닥은 장중 630 선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밸류업'을 외쳤지만 시장 붕괴를 묵과하는 자와 기회를 틈타 증시 현안 간담회를 열어 탄핵에 힘을 싣는 자 그 누구도 진정 투자자 편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런 가운데 '충성고객'마저 국내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증권사 지점장은 최근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고령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는 얘기를 전했다. 당장 며칠 전에도 고령 고객이 미국 주식을 사고 싶다고 6000만원을 들고 찾아왔다고 했다.
그들 중에는 그간 국내 주식에만 투자했던 이도 더러 있다고 했다. 신뢰회복을 위한 마지막 버스가 떠나고 있는지 모른다.
정부의 책임감 있는 논의와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se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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