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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비 결국 반토막… 추경 끌어다 쓰면 대외신인도 흔들 [탄핵정국 후폭풍 4조1천억 감액 예산안 통과]

최용준 기자,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0 18:43

수정 2024.12.10 18:43

野, 증액 필요하면 추경 한다지만
세수펑크에 정부 재정 이미 고갈
적자국채 찍어내는 수밖에 없어
"해외에선 혼란 상황으로 볼 수도"
예비비 결국 반토막… 추경 끌어다 쓰면 대외신인도 흔들 [탄핵정국 후폭풍 4조1천억 감액 예산안 통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예산안 중 4조1000억원을 깎은 감액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위기 비상금' 성격의 예비비는 절반이 삭감됐다. 동해심해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역점사업 예산도 줄어 정부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및 정책 동력 상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한 상황으로 급변했다고 보고 국채 발행에 따른 적자 폭이 확대될 경우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는 점을 우려했다.

■동해심해가스전 505억원→8억원

10일 국회 및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예산안을 두고 여야 합의가 결렬되면서 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감액 예산안은 정부 예산안 원안에서 야당이 증액 없이 삭감만 한 것이다. 예산 증액에는 정부가 동의해야 하지만 감액에는 정부 동의가 필요 없다. 헌정사에서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까지 최종 통과된 적은 처음이다.

감액 예산안에서 가장 큰 부분은 예비비다. 정부 예비비 예산안 4조8000억원 중 절반인 2조4000억원을 줄였다. 예비비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거나 국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하는 예산이다. 기재부는 올해 예비비 예산 4조2000억원보다 6000억원을 증액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미국 대선과 같은 국제정세 변화 가능성을 대비해 예비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삭감됐다.

정부 역점사업 예산도 대폭 줄었다. 특히 동해심해가스전 개발사업은 정부안에 505억원으로 편성됐지만 8억원만 남았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혁신성장펀드, 원전산업성장펀드 등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예산도 각각 238억원, 50억원이 감액됐다.

기재부는 대외신인도를 우려하고 있다. 신인도란 국가신용도와 같은 뜻으로, 국가의 채무이행 능력과 의사 수준을 표시한 등급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입금리나 투자여건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야가 합치를 통해 예산안을 확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대외신인도가 안정적일 수 있다"며 "다른 나라 및 신용평가사는 야당 단독 감액안을 한국의 정치적 혼란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1월 미국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며 "예비비를 주장한 이유"라고 말했다.

■연초 '추경' 가시화

결국 내년 초 추경 예산 편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액안을 통과시키면서 증액이 필요한 부분은 추경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내수부진에 따른 민생 어려움과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재정 역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 재정 여력이다. 정부 자금조달 방법은 세입과 국채인데 한쪽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법인세 감소 등으로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전액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제시한 국고채 발행분은 201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내년 국채시장에 약 221조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추경까지 더해진다면 상당한 금리인상(채권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야당 단독 예산안 처리가 정치 불안정 및 국채 발행을 불러와 대외신인도를 떨어트릴까 우려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국채 가격이 싸지고 이는 금리상승으로 연결된다"며 "국채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기관이 국채를 많이 사면 회사채가 소화되지 않아 민간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국채를 발행하면 재정적자가 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해외 자금조달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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