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아껴서 집 한채로 살았는데 자식한테 상속하려니 투기한 것도 아닌데 세금이 너무 높아요. 자녀공제도 너무 낮아 상속하고 나면 수도권에 전세 들어갈 정도조차 안될거 같아요."
정부가 추진했던 상속세와 증여세 완화를 담은 개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터져나온 한 서민의 목소리다. 본회의까지 올라갔다 무산된 법안 처리를 보고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러다가 규제완화 기조가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는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완화하는 게 주 내용이었다. 또 10%의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실제로 상속·증여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가상승률 대비 낮은 공제 대상이나 이중과제 문제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날 표결에서도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상속세 및 증여세 개정안은 그동안 물가, 자산 가격 상승 등 사회·경제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게 유지된 낡고 오래된 상속세를 개편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상속세 자녀 공제금액을 확대해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자녀 친화적인 세제로 재설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야당에서도 어느정도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통과 가능성도 전망돼왔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와 달리 상속·증여세법은 부결된 것을 보면 야당은 여전히 '부자감세'라는 획일적 시각으로만 법안을 바라보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세제 등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상속이나 증여 대상은 대부분 주택이나 토지 등 부동산으로 지난해 국세청의 상속재산 중 70% 가량이 부동산이었다.
시장에서는 탄핵정국 불안으로 세금 정책에 대한 기조 변동 가능성을 주목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치변수에 따른 부동산 시장 상황 변화는 크지 않은 편으로 공급부족이나 공사비 갈등, 전월세 상승이나 가계대출규제 등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세금 관련한 정책의 경우 정치이슈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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