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한미 경제동맹 강화" 성명
당국도 국익만 보고 더 움직여야
당국도 국익만 보고 더 움직여야
정치 불안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급변하는 환율에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하고, 조세·경제정책이 바뀔 수 있는 여러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수출 계약을 추진 중이거나 국내외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은 어려움이 클 것이다. 해외 파트너들은 계약 체결을 미룰 것이다. 내년 3월로 예정된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계약도, K2 전차 폴란드 추가 수출 협상 등 굵직한 거래가 차질을 빚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반도체와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인허가와 세제 특례, 전기·용수·도로 등 인프라 지원 정책이 줄줄이 지연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기업들은 이미 집행한 투자와 현상만 유지한 채, 내년 투자계약을 전면 보류하고 사태 추이를 주시하는 게 당연하다.
정국 혼란 속에서 그나마 기업인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11일 한미 기업인들은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양국 간 경제 동맹을 재확인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인데, 4대 그룹 인사를 포함한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 사절단 40여명이 참여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사태 이전에 준비된 행사이긴 하지만, 혼란한 국내 사정에서도 주요 기업인들이 경제외교사절 격으로 대거 참석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기업인들이 트럼프 2기 정부 인사와 만나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가 미국 내 생산·고용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직접 알리며 소통한다는 점에서다. "강력한 기술동맹을 구축하고 경제안보를 강화하자"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활동 안정성을 보장해달라"는 양국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그런 것이다.
정부는 작금의 정치 혼란 여파로 수출 계약 취소, 대금 미지급, 수출 물품 선적 차질 등 실질적 피해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을 더 들여다 보면 실정은 다를 것이다. 해외 바이어 방한이 취소·연기되고, 수출 계약이 지연되는 등 차질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어떤 기업은 해외 바이어에게 국내 사정을 설명하고 안심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것이다. 정치가 멈추더라도 경제는 한순간도 멈추면 안 된다. 경제당국이 중심을 잡고 지금보다 더 움직여야 한다. 기업만으론 안된다. 민관이 같이 뛰어야 한다.
"우리 기업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한 최 부총리의 말이 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경제관료들이 더 뛰어야 한다. 우리 경제시스템이 이상 없이 가동되고 있음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음을 설명해야 한다. 기업 현장을 찾아 수출과 자금난, 투자 애로를 돕는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정치가 더없이 후퇴한 마당에 경제마저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불행이다. 탄핵정국 속에서도 여야가 초당적으로 손잡고 비상경제 체제를 조속히 가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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