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등 촉구한 재계…"기업 안정 찾도록 해달라" 탄핵정국 후폭풍 계엄이 집어삼킨 경제]

손경식 경총회장 국회 찾아 호소

반도체특별법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탄핵정국으로 결국 소위가 열리지 않고 있다. 그사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은 자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우리 기업과 격차를 더욱 벌리는 모양새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탄핵정국이 계속 이어지면서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신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 법안들이 처리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현안 긴급 간담회'를 직접 찾아 "우리 사회에 불안감이 확산하지 않고 기업이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국회가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손 회장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 같은 사안들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주길 부탁한다"면서 "(특히)반도체 같은 첨단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 근로시간 규제 완화 같은 입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최근 커지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우리 경제는 소비 침체가 연중 지속되고, 주요국 수요 부진 같은 대외 리스크 확대로 최근 수출까지 증가세가 둔화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많은 업종들이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추격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도 기업 활력 제고와 혁신 산업 지원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신속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이 부회장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반시장, 반기업적 정책이 많은데 시장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미국과 통상 관계를 무리 없이 잘 타협하면서 동시에 기업 스스로 연구개발에 집중,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혼란스럽지만, 시장은 나름의 규칙적인 패턴을 보인다"고 했다.

가령 비상계엄 당시엔 환율이 올랐고, 해지 이후엔 내렸다. 탄핵 소추 불발에 2차 계엄 가능성이 나오면서 다시 올랐지만, 퇴진 가능성이 언급되며 안정을 찾는 등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정치 리더십이 부재한 불확실성도 크다"며 "법안(탄핵 소추)이 분명해지면 불확실성은 좀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최종근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