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신용등급 강등’ 여천NCC…7000억 회사채 EOD 위기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2 18:31

수정 2024.12.12 22:10

회사채 1300억원 강제상환 옵션
신용등급 추가하향 땐 조기 상환
6개월 내 차환 CP도 600억 달해
석유화학업계에 조달자금의 조기상환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에 이어 여천NCC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우려에 휩싸이고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회사채뿐 아니라 금융권 차입금까지 모두 갚아야 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어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지난 11일부터 여천NCC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하향 조정하면서 여천NCC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천NCC가 발행한 회사채 7050억원 중 총 1300억원에 신용등급 관련 강제상환옵션(트리거)이 걸려있어서다.
세부적으로 700억원어치에는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강등될 경우, 600억원어치에는 BBB0 이하에 도달할 경우 각각 조기에 원금을 강제상환하는 특약이 포함됐다.

현재 신용도(A-)에서 한 등급만 떨어져도 EOD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신용도가 유지되기는커녕 악화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여천NCC 신용등급의 한 차례 강등에도 등급전망을 여전히 '부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향후 6개월 내 지적된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신용도가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해당 트리거가 발동한 회사채만 조기상환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통상 채권 관리 계약서상 '교차 부도(크로스 디폴트)' 조항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다른 채권에도 연쇄적으로 기한이익이 상실되는 조항이다.

여천NCC는 자칫 회사채는 물론 은행 차입금까지 한꺼번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기업들이 회사채 EOD를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여천NCC는 현금상환, 차환 모두 녹록지 않다. 등급이 BBB급으로 떨어질 위기인 상황인 데다, EOD 리스크까지 겹쳐 회사채 차환이 어려울 수 있다.

여천NCC의 회사채 잔액은 7050억원 수준이다. 또 6개월 이내 차환이 돌아오는 기업어음(CP) 잔액은 600억원 수준이다. 은행 장단기 차입금은 올해 9월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1조124억원(단기 차입금 6324억원, 장기차입금 38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1년 이내 도래하는 차입금(유동성 장기 차입금 포함)은 약 7424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여천NCC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억6522만원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EOD 상황이 발생하면 사채권자들이 집회를 열고 각 회사채 회차별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롯데케미칼 역시 회사채 EOD로 오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있다. 한편 여천NCC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3·4분기에 누적 영업손실 710억원 등 202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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