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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용일 금감원 부원장
금융감독원이 국내 기관전용사모펀드(PEF) 수장들을 불러 모아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문제를 두고 논의에 나섰다. 기존에는 산업이 금융을 휘두르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사모펀드 등 금융자본의 산업 개입에 대해서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사진)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기관전용사모펀드(PEF) 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등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역할과 책임에 대해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산업자본이 은행 등 금융자본을 장악해 다수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인식하에 '금산분리'가 유지되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 주체가 반대가 됐을 때의 폐해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함 부원장은 앞서 "비교적 단기 수익 창출이 목표인 PEF가 자칫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감독 사각지대에서 대규모 타인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상당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꼬집었다.
일반적으로 PEF는 인수 회사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중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보다는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 규모를 키워야 하는 유인이 있다는 점을 짚은 셈이다.
그는 이어 "최근 일부 PEF의 경영권 분쟁 참여,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등 운용 행위 역시 시장 참여자들 관심을 끌었다"고 덧붙였다.
함 부원장은 직접 PEF 운용사 명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과열된 사례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8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종료 후 "특정 산업군은 기간을 20~30년으로 길게 봐야 하는데 5~10년 내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참석자들 중에선 "PEF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단기차익추구, 적대적 M&A 등과 같이 부정적 방향으로 형성되어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 "향후 밸류업 및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에 적극 기여함으로써 PEF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제도가 국내 도입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PEF 운용사는 1126개, 출자약정액은 136조4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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