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警, 관저인근 통제…행인에 "어디 가시나요" [현장르포]

김동규 기자,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2 19:13

수정 2024.12.12 19:13

경비 가장 삼엄한 곳은 한남동
관저 주변 200m까지 출입 검문
대통령실 주변도 오가는 길 제한
서초동 사저는 상대적으로 조용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 주변을 통제하는 경찰관들 사진=서지윤 기자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 주변을 통제하는 경찰관들 사진=서지윤 기자

"어디에서 오셨나요? 왜 오셨나요? 어디를 가시나요?"

12일 오전 9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인근 인도를 걷던 기자에게 검은색 코트를 입은 한 경찰관이 황급히 달려와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이같이 질문했다. 대통령 관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200m 떨어진 지점이다. "왜 행선지를 왜 묻느냐"는 질문에 "여기에 보안 업무 규정상 국가 보안시설이 있다. 1인 시위나 집회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물어본다"고 답했다. 현장에는 또 다른 10여명의 경찰관이 통신장비와 경광봉을 휴대한 채 관저 입구 방향을 지키고 서 있었다.


'12·3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생활 반경'인 관저와 대통령실 주변은 일주일 넘게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 역시 관저였다. 매봉산 안쪽에 자리해 한남대로변의 입구에서 차로 몇 분을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출입문 검문은 반경 200m 내에서 일찌감치 진행됐다.

통제는 언론인에게 더 엄격했다. 취재뿐만 아니라 인도를 통과하는 것조차 막아섰다. 경찰관들은 "관저 100m 인근에서 기자의 취재와 통행을 막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군사기지 및 시설에 관한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문의 사항은 서울청과 경비단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대통령실 주변 역시 출입 제한되긴 마찬가지다. 삼각지어린이공원 버스정류장부터 대통령실 서문까지 약 160m를 이동하는 동안 3차례의 검문이 이뤄졌다. 이곳 경찰도 신분과 목적지, 출입증 여부 등을 여러 차례 추궁했다.

대통령실은 담장을 따라 화환이 늘어서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님 힘내세요',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우리 열이(윤 대통령을 부르는 애칭) 하고 싶은 거 다 해' 등 응원하는 메시지들이 적혀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합동참모본부를 상대로 추가 임의제출에 나서면서 대통령실 앞은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

사저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A주상복합아파트는 상대적으로 평온했다. 아파트 상가를 거쳐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데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경비원도 막아서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현 상황을 묻자, 탄핵 요구 등은 과도하며 윤 대통령 신변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포동에서 40년째 거주 중이라는 배모씨(78)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종북세력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이 내린 구국의 결단을 내란으로, 범죄자로 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 임모씨(50대)는 비상계엄령의 선포와 별개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위헌적인 행위라고 볼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무작정 탄핵한다고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피력했다.


반면 관저 주변에서 탄핵 1인 시위를 벌이던 오모씨(62)는 "범죄자의 경호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막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이 당장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는 게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모든 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정경수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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