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제2차 탄핵소추안의 표결이 이뤄지는 14일, 국회의사당과 광화문 인근에서는 탄핵 찬반을 외치는 시민들이 모였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에 따르면 이날 국회의사당 앞 국회대로에서 열리는 집회는 오후 3시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이날 11시 30분께부터 국회대로 12차선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날 광주에서 올라온 황모씨(28)는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어제 본가에서 올라왔다"며 "바라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강변 아파트촌에 사는 가정주부 강모씨(60대)는 "탄핵이 남발되는 것이 민주정에 어울리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대국민 담화에서 보인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너무 위험하다"며 이날 집회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집회 연장에서는 핫팩과 간식, 음료 등을 제공하는 부스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회대로변에서 생수를 나눠주던 A씨는 "이 근처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계엄령으로 많은 약속들이 취소되면서 장사할 수 없게 되었다"며 "탄핵 국면에 무언가를 돕고 싶어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대로 이면도로에서 집회 참석자들에게 감귤과 키워를 나눠주고 있는 윤모씨(60대)는 "제주도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을 팔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는데, 많은 이들이 이것들을 집회장에서 나눠주라고 후원금을 보내 이렇게 무료 나눔하고 있다"며 "감귤과 키위를 합쳐서 170박스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여의도에 시민들은 경찰이 설치한 질서유지선에 따라 큰 혼잡없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보수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오전 11시께부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1시 체감온도는 영하 2도까지 내려갔지만, 집회장에는 주최 측인 대국본 추산 30000여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애초 주최 측은 오후 3시 시작으로 신고했으나 오전부터 단체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이번 집회로 시청역 2번 출구 앞 편도 4개 차선 약 400m가 통제됐고, 집회 관계자들은 한 줄에 의자를 30개씩 배치했다. 오후 12시께부터 빈자리가 드물었다. 오후 1시께부터는 빈자리가 아예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모여든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도로를 넘어 광화면세점 인근 인도에까지 시민 약 200명이 서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모자, 핫팩, 귀마개 등으로 중무장했다. 일부는 지팡이를 짚고 왔다. 작은 가방 안에 휴대용 방석과 담요를 챙겨온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탄핵 반대', '주사파 척결', '이재명 구속'이라 적힌 종이를 흔들었다. 휴대폰으로 현장 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거나 지인과 셀카를 찍으며 집회 참가를 기념하는 경우도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김밥, 주먹밥 등을 나눠 먹으며 추위를 달랬다.
한쪽에서는 탄핵 반대 서명 운동과 보수 집회를 위한 모금 활동도 진행됐다. 광화문 곳곳에서는 태극기가 그려진 털모자와 머리띠, 핫팩 등을 파는 노점이 10개 이상 마련돼 있었다.
연단에 선 한 집회 참가자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을 부르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범야권 192명의 의원이 모두 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국힘 의원 8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왔다는 한모씨(82)는 "탄핵안 가결 정족수 200명을 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공개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국힘 의원들의 마음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거로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박모씨(82)는 "윤 대통령의 탄핵은 말이 안 된다"며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설령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돼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안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동규 정경수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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