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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 파병 주고, 전투기(MIG-29, Su-27) 받나?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6 16:16

수정 2024.12.16 16:16

최근 세미나에 참석한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이 공개
30년전 1970년대 중반 생산 시작된 4세대 전투기 기체로 평가
美 F-16, F-15K급의 여전히 가공할 위력을 가진 전투기로 평가
북이 원하는 최신예 5세대 Su-57 4.5세대 Su-35 등 물량은 아냐
최근 러시아 생산라인 확대...북 4.5세대급 도입 가능성 배제 못해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SU-27 전투기. 사진=AP·뉴시스
러시아 SU-27 전투기. 사진=AP·뉴시스

북한이 1990년대 초반 4세대 MIG-29를 마지막으로 공군력 현대화가 멈춰선 이후 우크라이나전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전투기를 지원받기로 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널드 레이건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안보 관련 회의에서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미그(MiG)-29와 수호이(Su)-27 전투기를 지원받기 위해 협상 중이며 일부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퍼파로 사령관은 이들 전투기가 러시아의 신형 5세대 전투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는 전투기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2010년대부터 도입을 시도했던 전투기들은 대부분 중국의 JH-7이나 러시아의 Su-35와 같은 대형 고성능 기종이었다.

중국제 JH-7은 다목적 전폭기로 최대 이륙 중량이 29t에 육박하는 기종이고, 러시아제 Su-35는 현존하는 4.5세대 전투기 중 가장 덩치가 큰 전투기로 최대 이륙 중량이 35t에 달한다.
북한이 보유한 MIG-29 초기형은 최대 이륙 중량이 20t이 채 되지 않는데, JH-7이나 Su-35와 같은 대형 전투기를 운용하려면 활주로 이착륙 거리를 더 늘리고 비행장 시설도 현대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최근 평양 인근의 순천비행장과 북창비행장 2곳의 활주로를 300m씩 연장해서 2800m까지 확대하고, 전투기 격납고 등의 새로운 지원 시설을 설치하는 대대적인 개장 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게 되는 MIG-29는 공군력 현대화가 불가능한 폐급으로 플랭커 계열보다 작고, 성능도 빈약한데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의 내구성도 약해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공군이 보유 중인 MIG-29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 소련 때 생산한 구형 210여대와 이후 제조사가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량씩 발주한 신형 모델 30여대를 포함한 총 240여대다.

이 가운데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는 100여 대가 장기 방치 상태로 부식이 심해 작동 자체가 안 된다는 검열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따라서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70대 미만으로 알려졌다.

MIG-29 생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기체와 부품도 30년 넘게 방치됐으며 이번에 북한에 제공하는 것은 이 같은 물량으로 파악된다.

러시아 Su-27 전투기는 본토 방공 작전의 핵심 전력이고, 러시아 본토는 지금도 우크라이나 드론에 대한 대응 작전으로 전투기 전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Su-27은 주더라도 극소수 물량만 넘겨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러시아군이 보유 중인 Su-27은 모두 1991년 이전 생산분이다. 이들 중 일부는 2004년부터 Su-27SM이라는 사양으로 성능 개량이 진행됐고, 최근에는 Su-27SM3라는 추가 개량 작업이 진행 중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Su-27을 준다면 개량하지 않은 기체를 주거나, 초기 개량 기체를 넘겨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는 자국 내 생산뿐만 아니라 인도에 있는 Su-30 전투기와 엔진 생산 공장에서도 부품을 조달하고, 이란에도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북한이 Su-30SM2나 Su-35S와 같은 4.5세대 플러스급 전투기를 도입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들 전투기는 한국 공군이 보유한 F-16 이나 F-15K 전투기들과 대등한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북러 군사 협력 확대와 이에 따른 전투기 거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대비책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대거 공급하고 있는 북한이 그 반대급부로 전투기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해 가을, 김정은이 러시아에 갔을 때 극동 지역에 있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 항공기 공장을 방문했는데, 이때 최신예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Su-57, 최신예 4.5세대 전투기, 러시아에서는 4.5세대 전투기라고 부르는 Su-35를 시찰하고 이 모델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최근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업체 총괄이사가 직접, 익명을 요구한 국가와 Su-57 전투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최신 전투기 도입설은 더 확산되기도 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북한이 최신형 수호이 전투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들이 많았다.

국가정보원도 김정은의 방문을 전후해 북한이 러시아에 신형 전투기 인수를 위해 교육을 받을 요원들을 보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미그-29(MIG-29) 전투기가 2016년 8월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사 공군 기지를 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미그-29(MIG-29) 전투기가 2016년 8월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사 공군 기지를 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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