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천천히 자라야 크게 자란다'"...어린이 '성장 급행열차'의 함정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1 07:00

수정 2024.12.21 07:00

"천천히 자라야 크게 자란다'"...어린이 '성장 급행열차'의 함정

[파이낸셜뉴스] #. 중학교 1학년 남학생 A군(13)은 초등학교 시절 또래들 사이에서 큰 키로 주목받던 아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당시 그의 키는 이미 162cm였고, 부모님은 "180cm는 문제없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한 뒤 그의 키 성장 속도는 급격히 둔화됐다. 겨울방학을 앞둔 현재, 그의 키는 165cm. 지난 1년 동안 고작 3cm밖에 자라지 않았다.
부모님은 걱정 끝에 성장클리닉을 찾았고,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A군의 성장판이 이미 닫혔다는 것이다. 의사는 초등학교 5~6학년 동안 급성장을 경험한 A군이 또래보다 일찍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성장판 폐쇄가 빨리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성장판이 닫히면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A군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더 일찍 검진을 받았다면…" A군의 부모님은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청소년들의 사춘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23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춘기와 성장 패턴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춘기 시작 연령이 과거보다 빠르다. 여아는 평균 8.57세에 사춘기가 시작되며 10.99세에 최대 성장 속도를 경험한다. 남아는 평균 10.17세에 사춘기가 시작되고, 12.46세에 성장의 절정기에 도달한다.

빨라진 사춘기 만큼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도 빨라졌다. 여아는 초등학교 6학년, 남아는 중학교 1~2학년 사이에 성장판디 닫히며, 키 성장이 종료된다.

특히 이 연구는 빨라진 사춘기가 최종 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춘기가 빨라질수록 성장 기간이 짧아지고, 성장판 폐쇄 시점도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하이키한의원 박승찬 대표원장은 "최근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 늦은 수면,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같은 생활 방식이 사춘기를 앞당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빨라진 사춘기, 원인은?

사춘기가 빨라지는 원인으로는 첫째, 운동 부족과 소아비만이다.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서 비만이 되는 청소년이 많다.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 호르몬은 사춘기 시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 아동은 비만하지 않은 아동보다 사춘기 시작 시점이 빠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성장판 폐쇄를 앞당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둘째 환경호르몬 노출이다. 플라스틱 용기, 가공식품, 화학 물질에 포함된 환경 호르몬은 성장호르몬과 생식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려 조기 사춘기를 유발할 수 있다.

셋째,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늦은 취침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성장호르몬이 가장 활발히 분비되는 시간인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키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이키한의원 박승찬 대표원장은 "조기 사춘기를 예방하고 성장판 폐쇄를 늦추려면 정기 검진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라며 "아이들의 성장판 상태와 사춘기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개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아는 초등학교 3학년, 남아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정기적으로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정기 검진을 통해 성장판 상태를 점검하고, 사춘기 진행 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

정기 검진과 함께 사춘기가 빨라지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생활습관만 잘 관리해줘도 사춘기 발달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생활습관 관리에 중요한 것은 △운동 △수면 △영양이다.

박원장은 "작은 실천이 아이들의 최종 키를 바꿀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기 검진을 시작하고 체계적인 성장 관리를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겨울방학 동안 성장판을 유지하며 키 성장을 돕는 생활습관 5가지

*규칙적인 운동으로 성장판 자극하기
줄넘기, 농구, 자전거 타기 등 성장판에 적절한 압력을 가하는 운동은 키 성장을 돕는다.

실천법 :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Tip :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야외에서 신체 활동 시간을 늘려보세요

*충분한 수면으로 성장 호르몬 극대화
성장 호르몬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이 시간 동안 깊이 자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법 : 밤 10시 전에 잠들어 숙면 취하기
Tip : 스마트폰 사용을 취침 1시간 전부터 제한하고, 방 안은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하세요

*균형 잡힌 영양 섭취로 뼈 건강 챙기기
칼슘, 단백질, 비타민 D는 뼈와 성장판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다.

실천법 : 하루 한 잔의 우유, 생선, 소고기 등 고영양 식단 챙기기
Tip : 하루 10분 이상 햇볕을 쬐어 비타민 D를 자연스럽게 보충하세요

*올바른 자세로 척추 건강 지키기
척추는 키 성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구부정한 자세는 키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실천법 : 공부나 독서 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바른 자세 유지하기
Tip : 30분에 한 번씩 스트레칭으로 자세 교정하기

*정서적 안정으로 스트레스 줄이기
스트레스는 성장 호르몬 분비를 방해하고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다.

실천법 : 가족과 대화하거나 취미 활동으로 마음의 여유 찾기
Tip : 지나친 학업 부담은 줄이고, 적절한 휴식 시간을 계획하세요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