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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성 없는 與 분열 가속, 보수 몰락을 앞당길 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6 19:27

수정 2024.12.16 19:27

16일 한동훈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일치단결해야 당 재건할 수 있을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본청을 나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본청을 나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사퇴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친윤'이라는 대다수 의원과 소수의 '친한' 의원들은 이슈마다 대립하며 알력을 노출했다. 한 대표를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도 마찬가지여서 한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 찬반을 놓고 서로 각을 세우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친윤 측은 탄핵에 찬성한 한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을 배신자로 낙인찍었고, 결국에는 완전히 등을 돌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대표도 더 버티기 어렵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의 현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유사하다. 당시에도 분란 끝에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쪼개졌고 대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통합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도 부족했을 판에 뿔뿔이 흩어졌으니 예견된 결과였다.

8년 전에 맴돌았던 '배신의 프레임'이 지배하는 작금의 국민의힘을 볼 때 보수의 미래는 암담함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다. 내분이 지속된다면 중도파는 물론 지지자들에게조차 외면받을 수 있고 정권 재창출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이다.

이 순간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당의 재기를 위한 의기투합이다. 그러나 일부 기득권층 의원들의 행태에서는 그런 의지를 전혀 읽을 수 없다. 반성은커녕 비상계엄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윤 대통령의 뜻을 지지하며 의견을 달리하는 의원들을 노골적으로 힐난하고 있지 않은가.

구시대적 정신에 젖어서는 지난 두번의 총선에서 반쯤은 궤멸된 보수 정당의 부활을 기대할 수는 없다. 비상계엄이 아무리 야당의 끝없는 입법폭주에서 촉발됐다 하더라도 계엄 그 자체는 반헌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변이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통치행위라는 주장도 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부 국민들은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 대통령을 변함없이 지지하고 있으나 상식,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윤 대통령이 군인을 동원해 의원 체포를 시도하고 심지어 감금을 기도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위헌·위법적 행위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참신하고 건전한 보수의 이미지를 재건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 앞에 놓인 것은 패배의 길뿐이다. 당장 다가올 대선이 그렇고, 차기 총선에서도 몰락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야당의 입법독재도 미진한 정치력으로 의석을 헌납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것 아닌가.

연속 총선 참패에서 벗어나려는 변화의 노력은 조금도 없고 낡디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게 국민의힘의 모습이다. 재삼 강조하건대 국민의힘이 살길은 서로 껴안고 자성하며 새 시대에 걸맞은 신보수의 정신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인간적 배신을 논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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