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너무 느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호흡을 참아내야 해요. 계속 빨리 부는데, 오늘 급한 일 있나요?(웃음)"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갑작스레 웃음이 터져 나왔다. 태광그룹 일주학술문화재단(일주재단) 소속 하모니시스트 이윤석씨(33)의 농담 한마디에 멘티들과 가족이 긴장을 풀었다. 다소 무거울 것 같던 멘토링은 예상과 다르게 훈훈하게 진행됐다.
이날 세계적인 하모니시스트이자 일주재단 23기 장학생 출신인 이씨는 태광그룹 티시스 장애인표준사업장 '큰희망' 이현명 직원과 시각장애인 하모니카 연주자 이인혁씨에게 하모니카 일일 멘토링에 나섰다.
기본기 강조 멘토링..멘티 성장 '한몫'
두 멘티도 어디서 빠지지 않는 실력자지만 박자·음정·호흡에 대해 충고를 받을 만큼 이씨의 멘토링 열정은 대단했다. 그 덕분에 30분씩 주어진 멘토링 시간은 총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씨는 "하모니카는 어려운 악기여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지 않으려면 기본기를 잘 다져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기본기를 잘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만나는 멘티마다 이 악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강조한다"고 거듭 설명했다.
이씨를 세계적인 하모니시스트로 키워낸 일주재단은 고(故) 일주 이임용 창업주(1921~1996)의 뜻에 따라 지난 1990년 설립됐다. 이 창업주는 '기업의 이익은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재단 설립을 추진했으며, 살아 생전 "사업 확장과 홍보 보다는 한 푼이라도 더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런 그의 철학을 이어 받아 일주재단은 매년 20억원 이상의 재원을 장학사업, 학술지원사업, 사회공헌 등 다양한 공익 사업에 투입 중이다. 특히 일주재단은 지난 34년 간 총 575억원 규모의 공익사업을 펼쳤으며, 지금까지 221명의 해외 박사 장학생에게 285억원, 1687명의 국내 석·박사 및 학사 장학생에게 194억원의 거액을 장학금으로 지원해왔다.
일주재단 장학 사업, 세계적인 인재들 키우다
지난 2012년부터 진행된 국내 학사 '그룹홈 학습지도 멘토링 사업'도 그룹홈 청소년들에게 학습지도, 인성교육, 진로 상담 등 실질적인 재능 나눔을 제공하며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국내 학문과 연구 발전에 기여한 일주재단의 장학 사업은 설립 후 변함 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는 모범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날 진행된 하모니카 멘토링 같은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장학 사업의 일환으로 인재 발굴에 나선 것이다.
이씨는 일주재단의 장학 사업에 대해 "예술 장학생을 지원하는 곳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아무 조건 없이 등록금을 내주는 게 보통 용기가 아니다. 예술 장학생이라는 건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지원을 받은 후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대학생 때부터 해왔는데, 오늘도 그런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태광그룹이 사회에 일조하는 씨앗을 뿌렸으니 나중에 분명히 좋은 인재들이 나올 것"이라며 "특히 예술 장학생들에게 많은 지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K클래식과 K음악 등 예술 분야에서 태광그룹과 함께 공부한 학생들이 멋진 일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주재단 "창업주 정신 기반, 인재 양성·사회공헌 나설 터"
앞으로도 일주재단은 많은 것을 베풀되 드러내지 말라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정신에 따라 인재들에게 더 큰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계획이다.
일주재단 측은 "창업주의 정신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인재 양성과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큰 빛(太光)'을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일주재단의 도움으로 서울대 작곡과, 노르웨이 음악원 하모니카 전공 최초 입학한 이씨는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여러 독주회 리사이틀,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 출연 등 세계적인 하모니시스트로 성장했다.
"하모니카를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을 더 자주 만나서 노하우들을 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그는 현재 인재 교육과 공연, 두 번째 앨범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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