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트럼프 2기 취임 전 144조 대미 투자 선물보따리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 트럼프 부부 깜짝 회동
트럼프 "이시바 원한다면" 조기 회동 가능성 언급
주일대사에 사업가 출신 지명 "중국 견제 능력"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 트럼프 부부 깜짝 회동
트럼프 "이시바 원한다면" 조기 회동 가능성 언급
주일대사에 사업가 출신 지명 "중국 견제 능력"
【도쿄=김경민 특파원】 내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일본이 가용 가능한 민관 네트워크를 모두 동원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약 1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이 담긴 선물보따리를 트럼프 앞에서 공개했고,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트럼프 부부와 깜짝 회동을 하는 등 1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겨울 백악관'에서는 일본 측 주요 인사들의 '로비'가 발빠르게 전개됐다. 취임 전 조기 만남을 원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해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거절 의사를 표했지만 이날부터는 긍정적인 태도로 전향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 '트럼프 외교'가 올스톱된 한국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번엔 더블로 가" SON의 144조짜리 선물보따리
17일 미국·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손 회장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을 갖고 향후 4년간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 AI 전략을 미국에서 진행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특히 손 회장은 AI 및 관련 인프라 분야에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약속했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AI용 반도체 개발을 시작으로 데이터센터와 로봇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닛케이는 "자금은 소프트뱅크 산하에서 세계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비전펀드나 약 90%의 지분을 보유한 Arm 등 다양한 출처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트럼프 1기 때인 2016년에도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손 회장은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투자 규모를 정확히 2배로 올렸다.
손 회장은 "그의 대선 승리로 미 경제에 대한 내 확신의 수준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대통령이기 때문에 나도 판돈을 2배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역사적 투자는 미국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기념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AI, 신흥 기술, 기타 미래 산업이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자랄 것이라는 확신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핫라인은 아키에 여사, 밀월관계 과시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 부부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만났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소셜미디어인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당선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마러라고에서 다시 맞이해 영광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작고한 남편인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고 그의 훌륭한 유산을 기렸다"는 글을 게시했다.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당선인 부부가 아키에 여사와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손 회장과 아키에 여사를 불러들인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겨울 백악관'이라고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가진 곳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4년간 32차례 마러라고를 찾았다. 임기 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모두 142일을 마러라고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전 총리가 2022년 7월 피격 사망한 이후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아키에 여사에게 전화로 근황을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며 "이번에는 양국 정부를 통하지 않고 사적인 관계로 만찬이 정해졌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미국으로 찾아가 회동했다. 이후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만남이 일본 정부가 추진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 간 조기 회동이 불발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안 만나"→"원한다면" 트럼프 바꾼 민간 외교
민간으로부터 시작된 관계 구축 노력의 성과는 외교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내년 1월 취임 전 회동을 모색해왔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려 했으나 트럼프 당선인 측이 원칙적으로 취임 전에는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하면서 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면담했고 이달에는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나면서 현지에선 '이시바 패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손 회장과 아키에 여사를 만난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키에 여사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게 책과 기념품 등 선물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일본 측의 전방위 접근 노력이 이어지면서 입장을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일대사는 본인처럼 사업가 출신 반중국 인사로
한편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일본 주재 미국 대사로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글래스를 다음 주일 미국 대사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투자 은행의 사장을 지낸 조지는 비즈니스 감각을 대사직에 발휘할 것이다. 그는 항상 미국을 최우선에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래스 전 대사는 경제계 인사로 트럼프 당선인을 지속적으로 후원해왔다. 1990년 포틀랜드에서 기술 분야에 특화한 투자은행을 설립한 글래스 전 대사는 2014년 이후에는 부동산 개발업에 진출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당선인을 지원한 뒤 2017년 포르투갈 대사로 부임했다.
글래스 전 대사는 4년 가까이 포르투갈 대사를 지내면서 에너지와 농업 분야 등 경제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꾸준히 중국의 진출을 견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통신장비 및 휴대전화 제조업체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 참여를 반대했고, 포르투갈이 주요 항구 건설을 중국 업체에 맡길 경우 미국산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5일 데이비드 퍼듀 전 연방 상원의원을 중국 주재 대사로 지명했다. 한국 주재 대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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