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 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CCUS 관련 세액공제 혜택만큼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주요국들의 CCUS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CCUS는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는 이전 임기 동안 화석 연료 산업을 지지하며 규제 완화를 추진한 바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의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CCUS 관련 세액공제를 폐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석유·가스 기업인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의 비키 홀러브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재집권이 석유·가스 사업에 매우 긍정적인 동시에 CCC의 일종인 DAC(직접공기포집) 프로젝트에 특히 낙관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CCUS 지원 전망 배경에는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과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석유 생산을 증대하기 위해 탄소를 유전에 주입하는 CCS 방식을 이미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은 CCUS의 신기술 개발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유택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엑손모빌과 같은 미국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CCS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며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이들 기업의 이해관계를 무시하며 CCS 지원을 중단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근 엑손모빌은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를 설계하고 있는데 해당 발전소에는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90%이상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대표적인 트럼프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 또한 CCUS 찬양자다. 일론머스크는 최근 XPRIZE 재단과 함께 1억 달러 규모의 경연대회를 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기존 산업 구조를 급격히 바꾸는 대신, 실질적이고 확장 가능한 기술이 중요하다”며 CCUS 기술이 화석연료 산업과 공존하면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돕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업계가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에 CCUS 기술 지원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구할 거라 전망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도 수출 측면에선 강점이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CCUS 관련 품목 대미 수출액은 2020년 1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 달러를 웃돌 정도로 늘었다. 주요 기업들의 CCUS관련 행보도 분주하다.
SK그룹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을 통해 가스 분리막 전문기업인 ‘에어레인’에 투자해 분리막을 활용한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분리막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SK그룹은 에어레인의 가스 분리 기술과 관련 계열사들과의 협력으로 해 향후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SK어스온은 호주 북부 해상 카나르본 분지에서 탄소 저장소 탐사권을 확보하고 해외 탄소 저장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에너지 사업의 효율화와 함께 CCUS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2월 에너지부문 산하에 CCS사업화추진반을 신설하는 등 사업화에 뛰어들었다. 포스코는 철강 산업의 특성상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이를 혁신적으로 줄이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 및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SK그룹과 마찬가지로 포스코 또한 에어레인에 투자해 분리막을 활용한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그룹의 삼성E&A도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나스와 협력해 ‘셰퍼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CCUS 기술 상용화의 중요한 시험대로 평가된다.
롯데케미칼 역시 삼성E&A와 협력해 ‘셰퍼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탄소포집 및 저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산업단지와 화학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에어레인과 기체분리막 시스템을 통한 이산화탄소 포집 실증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CCUS는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에너지 기업과 화석연료 산업에 유리한 기술로 자리 잡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더불어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 강화와 주요국들의 기술 투자가 맞물리면서, CCUS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한국 역시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로서, CCUS 시장 조성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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