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계엄과 탄핵 사태의 충격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과 국가신용 불안을 조기에 완화하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정책 추진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규모 순위 6위 국가인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 우려는 물론 세계 무역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미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정책이 각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 연방은행은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1%에서 0.2%로,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3%에서 1.1%로 낮추었다.
한편 대내적으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심각한 내수 경기침체가 더욱 깊어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국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기업들은 어려운 자금사정 속에서 계획했던 투자와 생산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내년 긴축경영을 계획하는 기업의 비중이 49.7%로 9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300인 이상 고용하는 대기업은 이 비율이 61%에 달한다. 이 조사는 12월 이전에 실시된 것이므로 탄핵사태의 충격은 기업들의 긴축경영계획을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끌어올렸을 것임이 분명하다. 즉 소비·투자·건설·수출 전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 악화로 한국 경제에 대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의 2% 내외에서 향후 1%대 중반에 가까운 하향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촛불시위로 발발했던 2016년 12월에서 2017년 5월에 걸친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의 경우는 국정 혼란에도 불구하고 내수의 국내총생산(GDP) 성장기여도(전기 대비)가 2016년 4·4분기에서 2017년 2·4분기 평균 1.4%에 달할 만큼 튼튼해 문제가 없었으나, 금년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세 분기 평균 -0.07%의 심각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계엄과 탄핵 충격까지 덮쳐 4·4분기와 내년 상반기 내수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영업은 대부분 5년 전보다도 크게 못한 불황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들은 이미 고용시장의 심각한 위축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내년 민생의 고통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는 격동의 시간으로부터 민생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국회와 정부가 신속하게 민주정치 질서와 정부의 국정운영 역량의 회복력을 대외적으로 증명해 보임으로써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동시에 환율 등 대외적 투기세력의 공격 가능성을 조기에 봉쇄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은 정권교체를 우려한 국내 자본의 '한국 탈출'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회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협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정부 참여 국정협의체' 제안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가장 시급한 현안은 민생안정을 위한 추경 편성이다.
다음으로 국회와 정부는 시장친화적 정책을 적극 보이는 것이 절실하다. 11월 21일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16개 대기업 사장단과 한국경제인협회는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성명'을 내고 상법 개정안과 상장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 등 정치권의 '기업 죽이기 법안' 추진을 중단해 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따라서 계엄사태 이후 정국을 주도하는 야당들이 일련의 기업 관련법안 추진을 유보하고 '반도체특별법' 등 여야 무쟁점 법안 12개를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은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데 절실하다.
김동원 前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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