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A350 자체 베테랑 전담팀 정비
예지정비·무인 드론 등 최첨단 기술 경쟁력
국내 LCC 넘어 해외항공사 수주확대 총력
아·태 항공사 엔진정비 위한 新공장 추진도
예지정비·무인 드론 등 최첨단 기술 경쟁력
국내 LCC 넘어 해외항공사 수주확대 총력
아·태 항공사 엔진정비 위한 新공장 추진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항공 정비·수리·오버홀(MRO)' 사업이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MRO 전담 정비팀 구성과 더불어 국내 항공사 최초로 정비 기법을 개발하며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통합 대한항공의 강점인 '규모의 경제'를 통해 MRO 산업이 확대되면, 향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을 넘어 해외 MRO 수요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는 2033년까지 전 세계 항공기 보유 대수가 3만8000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항공 MRO 시장은 향후 10년간 총 1250억달러(약 180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담팀 만들고 정비기법도 개발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버스 A350을 도입 전담 정비팀을 구성하며,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종 대부분을 정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한항공이 지난 3월 에어버스사와 총 33대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과도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대한항공에서 양사 항공기를 자체 정비하면, 통합으로 커진 '규모의 경제'만큼 MRO 분야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항공기 정비와 수리, 오버홀의 앞글자를 딴 MRO는 항공기 건강과 승객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다. 항공사들은 안전한 운항을 위해 이륙 전·후로 항공기 상태를 수시 점검한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6월 현장 정비사와 고경력자들 위주로 에어버스 A350 정비 전담팀을 구성했다. A350에 정비 매뉴얼을 사전 검토하고, 특화된 교육 과정도 3차례나 진행했다. 2025년 이후에는 대한항공이 교육 과정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A350 정비사를 지속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대한항공은 항공기 대수만 230대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이를 고려해 국내 항공사 최초로 효율적 정비 기법도 개발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결함이 생길 것 같은 부품을 미리 손보는 '예지정비'가 대표적이다. 이미 델타항공과 르푸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해외 주요 항공사들은 예비정비를 도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체 개발한 무인 드론 기술을 항공기 동체 외관 점검에 활용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정비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세계 최초로 무인 드론 자율군집 기술을 항공기 외관 점검에 적용한 '인스펙션 드론'을 개발해 수년 내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확도는 높이고, 소요 시간은 60% 이상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불거질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유지 보수 및 정비 사업에 대한 지원과 사업 강화는 불가피하다"라며 "현재 국내 민항기 정비 수요의 절반 정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메가 캐리어가 출범하면서 자체 정비 역량 강화를 추진하면 해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LCC 넘어 해외까지… MRO사업 확장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 태평양 항공사의 엔진 정비 물량 소화를 목표로 인천 운북지구에 '신 엔진 정비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 엔진 정비 공장'은 MRO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항공기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 정비는 올해 전 세계 민간 항공운송 MRO 시장 점유율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통합 대한항공 체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 수십대도 대한항공이 정비를 맡는다. 해외 MRO 업체로 흘러 들어간 외화 유출을 줄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2021년 5월 엔진 22대에 대한 정비 계약 규모는 2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MRO 사업은 향후 국내 LCC와 해외 항공사를 대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항기 MRO의 46%가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가 인정한 국내 유일 MRO 기업인 KAEMS가 2018년 7월 설립됐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사실상 대한항공이 국내 MRO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가 아닌 LCC들은 고급 정비가 쉽지 않고 기체 결함을 사전에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다"라며 "대한항공의 MRO 사업이 확대되면 현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으로 향하는 LCC들의 정비 수요를 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LCC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도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현재 델타항공과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 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에도 MRO 관련 조직을 분사하지 않고 본사에서 둬 품질과 안전을 직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이후 자체 정비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정비 기술과 시설 등 제반 정비 능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엔진과 부품 정비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장해 해외로 유출되는 MRO 물량을 국내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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