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한달새 11만명 청약통장 깼다 "분양가 치솟아 무용지물"

성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7 18:33

수정 2024.12.17 18:33

11월 청약통장 가입자 급감
22개월만에 최대폭 감소
"대출 갚거나 다른 상품 투자"
#.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A씨는 20년간 유지해온 청약통장을 지난달 해지했다. 분양가가 크게 올라 서울 권내에 있는 청약에 당첨된다 하더라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청약통장에 있는 돈을 기존에 있던 대출금을 갚고 조금 더 수익성이 좋은 금융상품에 투자할 생각이다.

지난달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전월 대비 11만명 이상 급감하며, 22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분양가에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대출상환, 소득공제 혜택 등을 찾아 연말에 해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총 2660만9366명으로 전월 대비 11만17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1월 15만4996명 감소한 후 2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올 들어서만 42만9628명 줄어들었다. 특히 △7월 2만2904명 △8월 3만8611명 △9월 3만8793명 △10월 7만4698명 등 청약통장 해지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11월에는 단숨에 10만명을 뛰어넘는 급증세가 나타났다.

청약통장 해지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분양가가 올라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청약통장을 통한 분양이 어려워졌다는 점이 지적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당 1428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3.3㎡당 4720만7000원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최근 분양한 서울 서초구의 '아크로 리츠카운티'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670만원대에 달하며, 서울 영등포구의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와 서울 강서구 등촌 1구역의 3.3㎡당 평균 분양가도 각각 5080만원대와 4280만원대에 이른다. 반대로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많아 청약통장이 없어도 주택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대출규제 강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다른 금융상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향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통장은 큰 금액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으면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언젠가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이자가 붙고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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