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상품 가격 더 빨리 오르는 ‘칩플레이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 본격화
고가 상품 5.6% 오를 때 저가는 16.% 급등
소득계층 간 실효물가 격차도 확대...인플레 불평등↑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 본격화
고가 상품 5.6% 오를 때 저가는 16.% 급등
소득계층 간 실효물가 격차도 확대...인플레 불평등↑

[파이낸셜뉴스] 팬데믹 이후 취약계층의 체감 물가 부담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저가 가공 식품의 가격 상승률이 고가 식품에 비해 3배 가까이 차이나는 등 인플레이션 급등기에 저가·고가 상품 간 상승률 격차가 확대된 영향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에 따르면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이 더 크게 상승하는 ‘칩플레이션’ 현상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 두드러졌다.
한은이 가공식품 판매정보를 토대로 한 ‘스캐너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위 가격분위별 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분위 저가상품 가격 상승률은 16.4%(누적 기준)였으나 4분위 고가상품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쳤다. 같은 소시지류 품목이어도 저소득층이 많이 소비하는 저가 햄의 가격 상승률이 고소득층의 주로 이용하는 고가 햄보다 3배 가까이 높았던 것이다.
한은은 이같은 칩플레이션의 원인을 공급과 수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분석했다. 우선 공급 부문에서는 팬데믹 이후 수입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저가 상품의 가격상승률이 더 높아진 점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저가 상품의 제조 과정에서는 투입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산 재료보다 가격이 낮은 수입원자재가 많이 사용되는데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 병목, 러-우 전쟁 등으로 수입 제조용 원재료의 국내공급물가가 국내생산·출하 원재료에 비해 더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상품으로 수요가 전환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통상 가계는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에 소비하던 상품과 비슷하지만 더 싼 상품을 구매하거나 같은 상품이더라도 더 싸게 판매하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같은 저렴한 상품이나 판매점으로의 수요 전환으로 상품 가격이 더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한은은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강철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저소득층이 더 고통받는 칩플레이션은 물가급등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팬데믹 기간 중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시기의 일종의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 특히 중·저가 상품의 가격안정에 집중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지원 시 중·저가 상품에 선별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