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틀려도 괜찮다, 영어로 해보자"...현대차 첫 외국인 CEO의 트럼프 대비법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8 16:03

수정 2024.12.18 16:03

고위직 회의서 영어로 보고 제안
임원일수록 영어 사용 기회 많아
'리더십 확보 차원' 해석도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 현대차 제공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 현대차 제공
[파이낸셜뉴스] "틀려도 괜찮다. 영어로 해보자."(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
내년 현대차 대표이사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사장이 사내 고위직 회의에서 '영어로 보고하기'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사원들과의 대화에서 "영어를 못해도 된다"고 했지만, 고위직일수록 사용 빈도가 늘어난다는 판단에서다. 처음에는 생소해 하던 임원들도 자연스럽게 하나 둘 영어로 말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전략이 향후 트럼프 2.0 시대 대비와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영어 사용 환경 만들기...통역사는 배석
18일 업계에 따르면 무뇨스 사장은 대표이사 내정 후 사내 고위직 회의에서 구성원들에게 "영어로 발표해보자"고 설득하고 있다. 통역사를 배석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임원들이 스스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인 최고경영자(CEO) 밑에서만 일해온 임원들은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최초 외국인 CEO다. 다만 그는 "잘 하라는 게 아니다. 뱉는 연습을 해봐야 한다"며 임원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이런 설득이 이어지자 임원들 사이에서도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뇨스 사장이 고위직들에게 영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높은 위치일수록 상대적으로 영어 사용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장재훈 현대차 현 대표이사 사장만 해도 기자간담회, 투자자(인베스터)데이 때 통역 없이 영어로 직접 소통한다.

현대차그룹이 북미 지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한국이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약 10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앨라배마, 조지아에 이어 전기차 공장도 설립했다. 북미 시장 집중 덕에 지난 2020년 122만4758대에 불과하던 현대차그룹 자동차 판매량은 2021년 148만9118대, 지난해 165만2821대로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산업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2.9%로 절대적이다. 완성차의 경우 미국 의존도는 45.4%, 전기차는 35% 수준이다.

"조직 파악 한계"...리더십 확보로 분석도
리더십 확보 차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 첫 외국인 CEO인 만큼, 전임 대표이사들의 색을 지우고 본인의 색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CEO의 경우 한국 조직을 모두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예를 들어 쿠팡 같은 기업도 외국인 임원이 많아서 가급적으로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언어라는 매개체 통해 조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리더십 잡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뇨스 사장은 최근 취임 전부터 국내외 행보를 통해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기차 아이오닉9를 세계 최초 공개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 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최근에는 서울 역삼 사옥에서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조지아주 지자체 수장들과는 한국에서 회동을 하기도 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 회장은 "외국인 CEO 선임, (영어를 통한) 구성원 소통 강화 등은 다가오는 트럼프 2.0 시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라며 "기업 역량을 모으고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한 상황에서 소통이 잘 되면 아무래도 더 좋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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