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산업부·방사청,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지연 책임 공방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8 19:01

수정 2024.12.18 19:01

방사청 "산업부에 두 업체 복수지정 괜찮다 의견"
산업부 "방산업체 지정 위해 생산 능력 판단 요청"
권한대행 체제서 결단 의문, 업계 "빨리 결정해 달라"
[파이낸셜뉴스]
종건 방위사업청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주요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풍산, 한화오션, LIG넥스원, 현대로템, HD현대중공업, 기아, 대한항공 등 국내 대표 방산업체 CEO가 참석했다.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종건 방위사업청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주요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풍산, 한화오션, LIG넥스원, 현대로템, HD현대중공업, 기아, 대한항공 등 국내 대표 방산업체 CEO가 참석했다.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당초 올해 상반기로 예정됐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결정을 미루지면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이 사업 지연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18일 제기되고 있다.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정부가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KDDX 사업은 '12·3 계엄사태'가 불러온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DDX 사업은 사업비 약 7조8000억원을 투입,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포함해 모두 국내 기술로 총 6척의 첫 국산 구축함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국내 조선업체 가운데 KDDX 건조 생산 능력을 갖춘 곳은 사실상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두 업체밖에 없다.

KDDX 사업에 참여하려면 산업부로부터 사업 관련 방산업체로 지정돼야 한다.
산업부는 방사청 의견을 듣고 '사업 방산업체'를 지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방사청은 지난 10월 산업부에 KDDX 관련 선도(1번)함뿐 아니라 6번 함까지 전체 사업 일정을 고려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모두 방산업체 지정 대상으로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보냈다고 알려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산업부에 제시한 의견이 "두 업체를 모두 지정해도 괜찮다는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방사청 의견에 대해 "두 업체 모두 방산업체로 지정하라는 취지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고, 방산업체 지정을 위해 생산 능력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두 업체 모두) 지정하라고 의견을 줬다면 이런(생산 능력 확인을 위한) 조사와 판단을 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현재 관계기관과 함께 생산능력 판단 기준서를 만들고, 거기에 따라 업체의 장비 현황과 인력, 품질 검사 시설 등 자료를 받아 서면 검토를 하고 업체와 일정을 조율해 현장 실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것은 아니고 절차대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산업부는 방사청의 의견 제시가 늦은데다 불명확했던 게 사업 지연의 이유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계와 관련 전문가들 안팎에선 두 기관 모두 어떤 결론을 내려도 논란이 뒤따르게 될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방산업계와 방사청에 따르면 석종건 방사청장은 전날 저녁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방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KDDX 사업과 관련해 산업부가 '사업 방산업체'를 지정하면 방사청은 빠르게 사업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KDDX를 놓고 경쟁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사업부 대표도 참석했고, 이들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담당할 업체 선정 방식을 빨리 결정해달라고 석 청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들은 하루 빨리 KDDX 사업방식을 결정해야 전력화 지연을 최소화하고 업계 불확실성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방사청은 선도함을 차지하려는 두 업체 간 경쟁을 의식해 내놓은 고육책으로 1, 2번 함을 동시에 발주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나눠 먹는 방식을 검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동안 HD현대중공업는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과거 전력을 감안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 착수 시기가 이미 1년 가까이 늦어졌다"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에는 계약체결까지 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핵심기술 개발, 도급장비 도입 등과도 일정이 맞지 않아서 사업의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며, 이에 따른 비용 증가, 전력화 지연, 시간 부족에 따른 개발 리스크 증가뿐 아니라 K-방산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도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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