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인플레이션도 양극화 시대… 서민 고통 더 컸다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8 14:00

수정 2024.12.18 18:17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 뚜렷
저가·고가 상품 간 상승률 격차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취약계층의 체감 물가 부담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저가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률이 고가 식품에 비해 3배 가까이 차이나는 등 인플레이션 급등기에 저가·고가 상품 간의 상승률 격차가 확대된 영향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에 따르면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이 더 크게 상승하는 '칩플레이션' 현상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 두드러졌다.

한은이 가공식품 판매정보를 토대로 한 '스캐너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위 가격분위별 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2020년 1월~2023년 9월 1분위 저가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16.4%(누적 기준)였으나 4분위 고가 상품은 5.6%에 그쳤다. 같은 소시지류 품목이라도 저소득층이 많이 소비하는 저가 햄의 가격 상승률이 고소득층의 주로 이용하는 고가 햄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 같은 칩플레이션의 원인을 공급과 수요 측면으로 나눠 분석했다. 공급부문에서는 팬데믹 이후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저가 상품의 가격상승률이 더 높아진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저가 상품의 제조 과정에서는 투입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산 재료보다 가격이 낮은 외국산 원자재가 많이 사용되는데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 병목,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입 제조용 원재료의 국내 공급물가가 국내 생산·출하 원재료에 비해 더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상품으로 수요가 전환된 점을 원인으로 들었다. 통상 가계는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에 소비하던 상품과 비슷하지만 더 싼 상품을 구매하거나 같은 상품이더라도 더 싸게 판매하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 같은 저렴한 상품이나 판매점으로의 수요 전환으로 상품 가격이 더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팬데믹 이후 심화된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 실효물가의 격차를 벌리며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4·4분기부터 2023년 3·4분기까지 하위 20% 저소득층 실효물가의 누적 상승률(13.0%)은 상위 20% 고소득층(11.7%)에 비해 1.3%p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칩플레이션 효과에 소득분위별 소비품목 구성 차이에 따른 물가상승률 격차(1.1%p)까지 더해지게 되면 가계 소득분위별 인플레이션 불평등은 더욱 확대된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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