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0.25%p 추가 인하…한미 금리차 1.50%p 좁혀져
환율 1450원선 등락…연준의 인하 속도 조절 시사
탄핵·트럼프 발 저성장에 높아진 1월 금리 인하 목소리
고환율에 韓 3회 연속 인하 어려워…2월 인하 전망도 나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회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그럼에도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시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달러 강세에 한국은행의 금리 고민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리 인하가 1400원 중반까지 치솟은 원·달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발 보호무역에 내년부터 1%대 저성장이 예고된 가운데 최근 탄핵사태에 따른 급격한 소비 심리 위축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높인다. 경기 부양을 위한 시장의 내년 1월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을 이유로 한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美 3회 연속 인하…한미 금리차 1.5%p로 축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17일~18일(현지시각)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춘 4.25~4.5%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의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줄었다.
다만 점도표에서는 경제성장률 호조세를 기반으로 내년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시사됐다. 지난 9월 내년 인하 횟수로 4차례를 예상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2차례만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의 '매파적 인하' 결과 뉴욕증시는 3% 넘게 급락했다. S&P 500 지수는 2.95% 하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3.56%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58% 밀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8일(현지시간) 오후 4시 20분 현재 4.51%로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 강달러·탄핵 사태에 환율 내년 1500원 전망까지
미국의 3회 연속 금리 인하에 한미 금리 격차가 다시 축소되며 한은도 연준에 맞춰 금리를 낮추면 간단하다. 이미 국내 물가는 석달 연속 1%대로 내려와 인하 여건이 마련됐다. 내년과 내후년 1%대 저성장이 예고된 만큼 굳이 3.0% 고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강달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와 확장 재정 공약은 달러 강세로 이어지며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날 달러지수는 108선대로 올라서며 원·달러가 1450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원·달러의 추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 직후 1400원대 급등한 환율은 계엄과 탄핵 등 국내 정치 이슈에 따른 원화 약세까지 더해지며 1450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노무라증권은 강달러와 우리 경제 펀더멘탈을 고려해 내년 23분기 15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탄핵 사태에 소비심리 악화…성장 타격
그런가 하면 탄핵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다. 이 총재는 전날 물가안정목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전망치는 2.2%에서 탄핵 사태에 성장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정정책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한은이 나서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는 최근 예산안 673조원을 의결했다. 이 총재는 전날 "예산안이 내년 성장률에 -0.06%포인트 가량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여·야·정이 추가경정예산에 합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총재는 내년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물가와 환율, 경기, 가계부채 등의 데이터를 확인할 것"이라면 "미국의 최종금리 수준과 속도 등도 고려해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추가 인하로 경제 충격 막아야"
소비 위축과 정부의 재정 집행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1월 추가 금리 인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히려 내년 1월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적기라는 의견이다.
고환율 역시 강달러가 주요 원인으로 다른 나라 통화도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1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높은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대체로 감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우리도 인하에 나설 것"이라면서 "소비와 내수 부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환율은 강달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영향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3회 연속 인하가 경기 부진 시그널로 이어진다는 점을 우려해 내년 1월보다 2월 인하 전망에 무게를 둔다"면서 "추경 발표 전 금리를 움직이기 어려운데 다, 환율과 트럼프 리스크도 있는 만큼 1월에는 완화적 제스처를 보이는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낮추고, 우리나라도 탄핵 정국으로 정치 혼란이 높아지면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 경제 충격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도 "환율 문제에 대출 규제 완화와 재정정책을 우선 쓰고 금리 인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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