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에너지공공기관, 제발 시장경제 기본에 맡기길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0 06:20

수정 2024.12.20 14:21

-김지곤 (사)한국전력산업중소사업자협회(KEISA) 회장
-한수원 등 전력공기업 국내 대표적 공공기관 입지 구축
-이중 한수원 등 일부 공기관 어려운 민영화 시도 '눈길'
-이 시기 UAE 원전수주 쾌거 달성
-다만 탈원전 이념 논쟁이 정쟁화 돼 원전 발전 가로막아
-원전사고, 원전 안전통제 실패 원인
-정치권 공공기관 민영화 방지법 발의 준비.원전 발전 역행 우려
-자생력 확보 위해선 에너지 공기업도 시장경제에 맡기는 게 순리
[파이낸셜뉴스]
김지곤 (사)한국전력산업중소사업자협회(KEISA) 회장
김지곤 (사)한국전력산업중소사업자협회(KEISA) 회장


한수원(KHNP),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한전KPS 등의 전력공기업들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회사로 보일 수 있지만 국내 대표적인 공공기관들로서 국내 전력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자산·매출면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동 기업들은 또한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시절 전력시장 구조개편, 전력시장 경쟁도입 명분으로 한전(KEPCO)에서 물적분할되어 시장경제 형태의 주식회사 지배구조와 공공기관이 결합된 ‘준시장형 공공기관’으로 출범한 바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공공기관 선진화의 마지막 정책방향이 ‘공공기관 민영화’인데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시도조차 못해 본 민영화정책을 이들 회사 중 몇 개 회사가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 중 ‘한국수력원자력’은 가장 효율적인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원자력발전사로서, 석탄발전이 기반인 나머지 발전5사 대비 국내 전력생산에 압도적 기여를 하고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시절, 대표적인 공공기관인 한전과 발전사 사장직에 민간 대기업 전문경영인 출신을 최초로 선임한데 이어 한수원 원전 지역본부장 역시 민간기업인 출신이 최초로 선임된 바 있다.
이러한 민간기업인 특유의 경쟁력·효율성 고취 마인드 효과인지 이 시기 한수원은 ‘UAE 원전수주’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세계 원전수주 사상 유례없는 원전사업을 수주했지만 정상 가동단계의 장기 안정적인 사업을 기대했던 운전정비 등 용역사업의 상당 부분은 외국사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후 탈원전정책 시기를 지나 ‘탈원전정책 폐기’, ‘원전생태계 복원’ 및 ‘원전수출’ 등이 중점 정책으로 추진된 데 이어 최근 탄핵 정국 도래에도 불구,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조차 지속 인용되는 등 원전정책은 주요 현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원전관련 언급이 한수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원전 사업부문은 에너지안보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인만큼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에너지사업 특히 원전사업은 사업 준비기간에만 최소 10~20년이 소요될 정도의 생각보다 훨씬 더 장기적인 사업특성을 띠고 있어 오랜 검토가 사전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SMR(소형모듈원전)사업’에 관심을 가지신 많은 지인들로부터 우리 세대 생전에 사업 실행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농담 반의 질문을 받을 정도이다.

지난 몇 년간 한수원에서는 원전생태계 지원 복원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기에 필자는 ‘원전생태계 지원정책에 따른 중소·중견기업 신규업체 육성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한수원 해당 부서 직원들은 “원전육성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고 또한 향후 정권 향배에 따라 그간 고수해온 정책이 폐기되고 그 이전 정책으로 회귀될 수도 있다”며 원전 생태계 육성·지원책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다가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 때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건설중인 원전의 정비업체의 숫자를 원전안전통제 상의 이유로 시운전단계부터 3개에서 2개로 줄였다가 원전생태계, 동일노형 과거정책의 일관성 때문에 3개로 다시 늘리겠다고 한다.

세계 3대 원전사고 사례 중에 천재지변인 일본 후쿠시마를 제외하고는 그 외 원전사고의 원인은 원전 기술자의 인적 행위 오류에 기인했다고 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원전 안전통제 실패로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러시아에 비해서 국토는 좁은데 원전 숫자가 많은 원전 밀도 세계 1위국이다. 만에 하나 원전 사고발생 시, 경상도와 전라도 땅 모두를 버려야 할 만큼의 국가적인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전 기술자가 참여하는 핵심 외주사 선정 숫자는 원전 안전통제와 직결되므로 안전통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아주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세계적인 원전안전 전문가가 필자에게 '원전안전문제점의 출발은 원전발전사 직원들이 원전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순간이다'라고 전했던 말이 기억난다.

해외 에너지기업들은 국내 전력, 가스 계통 공공기관을 글로벌 표준으로 높이 평가한다. 발전소 정비부문 세계 1위사 한전KPS가 있다면 가스플랜트 정비부문 세계 1위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도 있다. 세계 유일의 발전소 경상정비 전문기업인 한전KPS의 해외사업 전담 관계자들은 “만일 한전KPS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었다면, 해외사업 매출의 10배 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공공기관의 연간 예산은 정부 연간 예산의 약 3배 정도라고 한다. 현재 일부 정당에서는 공공기관 민영화 방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고 노동시장 여건도 만만치 않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종점인 ‘민영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AI(인공지능)와 같은 신기술 개발로 산업 구조가 급격히 변화해가고 있는 이 때, 발상의 전환으로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고 에너지 공공기관의 인프라를 활용,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이제는 시장경제 기본에 한 번 맡겨봄이 어떨까 한다.

정리=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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